지난달 26일 오후 10시쯤 국내 최대 참여형 온라인 백과사전 '나무위키'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를 다룬 내용이 통째로 삭제됐다. 두 후보를 소개한 페이지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선 포스터와 대선 공약 사이트 링크가 걸렸다. 문 후보 지지자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일부러 내용을 바꿔 넣은 것이다. 이를 발견한 다른 네티즌이 1분 만에 내용을 복구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황당한 내용의 수정과 복원이 이어졌다.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4일 오전에는 문재인 후보 관련 페이지에 '탈북자들이 문 후보 당선 시 집단 망명한다고 밝혔다'는 서술이 추가됐다가 몇 분 만에 지워졌다. 이 내용이 고쳐졌다가 지워지는 소동이 5시간 이상 이어졌다.

'나무위키'는 누구나 인터넷에 접속해 지식과 정보를 올리고, 기존 내용을 수정·보완할 수 있는 인터넷 백과사전이다. 대선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하루 평균 방문객이 140만명에 이르는 이 '한국판 위키피디아'에서 후보 지지자 간 '수정(修訂) 전쟁'이 벌어졌다. 누구나 쓰고 지울 수 있는 온라인 사전의 특성을 이용해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문서를 고치는 경쟁이 일어난 것이다. 지난 7일 오후 9시쯤에는 한 사용자가 안철수 후보 관련 페이지에 '국민의당과 조폭이 관련 있다'는 내용 등 안 후보에게 불리한 의혹을 대량으로 삭제하자, 8일 새벽에는 다른 사용자가 '안 후보 부인의 서울대 임용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을 대폭 늘리기도 했다.

대선 후보 등록이 시작된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8일 정오까지 나무위키의 문재인·홍준표·안철수 세 후보 관련 페이지는 각각 600~1000회가량 수정됐다. '나무위키' 이용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직장인 신모(30)씨는 "각 후보 관련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나무위키'를 자주 방문하는데, 들어갈 때마다 내용이 달라 어떤 게 사실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신뢰할 수 없는 내용이 '백과사전'의 형태로 포장되다 보니, 이용자들이 편향된 내용이나 거짓을 사실로 믿을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유권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투표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