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사회가 열린 지난 12일. 이홍훈(71) 전 대법관과 성낙인(67) 총장을 비롯한 서울대 이사 15명은 '007 작전'을 하는 것처럼 비밀리에 회의 장소를 두 번이나 바꿨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업 백지화와 성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성 총장을 쫓아다니는 학생들을 따돌리기 위해서였다. 당초 회의 장소는 학교 안에 있는 총장 공관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의 항의 시위 정보를 입수하고 장소를 서초구의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로 바꿨다. 잠시 후 정보가 어디서 샜는지 학생들이 해당 호텔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개최 한 시간 전인 오후 4시쯤 학교 측은 다시 회의 장소를 400여m 떨어진 'JW메리어트호텔 서울'로 바꿨다. 학생들이 팔래스호텔 앞에서 '폭력 총장 성낙인은 퇴진하라' 등의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일 때 메리어트호텔에서 이사회를 개최한 것이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며 153일간 서울대 본관을 점거했던 학생들이 최근 '총장 괴롭히기'로 작전을 바꾸면서 서울대 곳곳에서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본관 건물 앞에서 단식 천막 농성에 들어갔던 임수빈 부총학생회장은 18일 총장실 앞으로 올라가 밤샘 연좌 농성을 벌였다. 농성은 20일 새벽 임 부회장이 병원으로 실려갈 때까지 계속됐다. 지난 19일에는 성 총장이 참석한 서울대 4·19 희생자 추모식에 학생 20여 명이 나타나 항의 시위를 벌였다. 한 단과대학 학생회장은 성 총장 앞에서 "무슨 낯짝으로 헌화를 하느냐"며 성 총장에게 10여 분간 폭언을 퍼부었다. 총장 공관 앞에서도 지난 17일부터 매일 아침 '총장 출근 저지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성 총장이 탄 관용차가 공관을 나설 때마다 차 앞에 주저앉아 연좌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성 총장을 따라다니며 시위를 하는 학생은 최대 20명 남짓이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들의 극렬한 반대 때문에 시흥캠퍼스 사업 추진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66만㎡(20만평)에 달하는 부지에 어떤 시설을 지을지 결정해야 할 시흥캠퍼스추진위원회는 구성조차 하지 못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사업 추진에 아무 문제가 없지만, 학생들을 교육해야 하는 학교 입장에서 강제력을 동원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학생들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이상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