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골프 규칙을 총괄하는 영국 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26일 벌타를 적용할 때 '비디오 증거'를 제한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즉시 효력을 발생하는 이 규정은 일명 '렉시법'이라고 불린다. 이달 초 여자골프 시즌 첫 메이저 대회였던 ANA인스퍼레이션에서 시청자 제보로 4벌타를 받았던 렉시 톰프슨(미국) 때문에 나온 규정이기 때문이다.

새 규정은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우선 육안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증거를 비디오 영상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벌타를 적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선수가 해저드에서 드롭을 하거나 공을 마크하고 리플레이스(제자리에 다시 놓는 것)를 할 때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비디오 증거가 있더라도 규정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투어 선수들은 미흡하다는 반응이다. 선수들이 요청했던 '시청자 제보 활용 금지'와 '스코어카드 제출 뒤의 벌칙 소급 적용 금지' 여부에 대해서는 새로 결정된 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이 규정 변경이 '렉시법'이 아니라 '안나법'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는 지난해 US여자오픈 연장전 벙커샷 준비 동작 때 클럽이 살짝 바닥에 닿아 모래알이 좁쌀만큼 움직이는 장면이 TV 화면에 잡혀 결국 2벌타를 받은 일이 있다. 당시 노르드크비스트가 모래를 건드린 것은 육안으로 알 수 없었고 비디오 판독을 통해 발견됐다.

톰프슨의 경우는 새 규정의 두 번째 상황에 적용된다. 톰프슨은 30㎝ 정도 되는 퍼트를 남기고 공 뒤에 마크했다가 다시 공을 놓고 퍼트하는 과정에서 2.5㎝ 정도 홀 쪽 가까운 곳에 놓았다는 TV 시청자 제보가 계기가 됐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에는 같은 조에서 동반 플레이한 선수들의 의견을 참고해 해당 선수가 공의 위치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한 '합리적인 모든 조치'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 벌타를 부과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렉시 사건 당시 더 큰 논란이 됐던 '시청자 제보 수용 여부' 문제와 '벌타 소급 적용 여부'에 대한 언급을 않은 만큼 렉시법보다 안나법에 가깝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