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사하려고 최근 구입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주택 전경. 2008년에 지어진 이 집(지상 2층·지하 1층)은 헌릉로 왕복 8차선 도로에서 100m쯤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 한적한 편이며, 집 뒤쪽으로는 구룡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최근 서울 삼성동 자택을 처분하고 내곡동으로 이사 준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내곡동 집이 1년쯤 전 최순실씨가 미리 알아봤던 곳이라는 장시호씨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 뇌물수수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카 장시호씨는 “최근 뉴스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사 갈 집을 봤는데, 그 집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씨는 “지난해 여름 최씨가 증인에게 ‘(한남동) 유엔빌리지가 살기 어떠냐’고 물은 적이 있느냐”는 특별검사팀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왜 묻느냐고 하자 최씨가 ‘어휴, 그 양반이 살 거니 물었지’라고 말한 적이 있느냐”고 특검팀이 묻자 역시 “그렇다”고 답했다. 장씨는 “’그 양반’은 박 전 대통령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살 집을 최씨가 알아봤다는 취지다.

장씨는 “유엔빌리지 외에 박 전 대통령 퇴임 후 사저로 쓰일 집을 더 알아본 적이 있느냐”는 특검팀 질문에는 “여러 사진을 갖고 있었다. 더 있었던 것 같다”면서 내곡동 집 사진을 본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최근에 이사 간 내곡동 그곳이냐”고 묻자 장씨는 “(사진이) 여러 개 있었기 때문에 딱히 그거라고 할 수는 없지만, 2층 집도 있었기 때문에 그중에 하나 분명히 본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순실씨는 “내곡동 집은 이번에 신문보고 처음 알았다”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 퇴임 후 살 곳으로 한남동 유엔빌리지를 알아봤다는 조카 장씨 주장에 대해서도 “내가 이사 가려고 본 건데 그걸 왜 사저와 연결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은 공판에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설립·운영 주체가 누구였는지 등을 놓고도 서로 대립된 주장을 하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장씨는 최씨를 향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그만 가리세요!”라며 소리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