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IT)테리어'란 말을 들어보셨는지. IT와 인테리어의 합성어로, 기능성과 디자인을 겸비한 전자기기를 활용해 집 안 분위기를 바꾸는 것을 뜻한다. 사실 가전제품은 커다란 덩치, 복잡한 버튼 때문에 다른 가구와 어울리기 어렵다. 손님이라도 오면 치워버리고 싶을 만큼 인테리어 방해 요소로 여겨져 왔다.

책상 위 푸른색 가방처럼 생긴 것이 비파의 오슬로 스피커다.

하지만 최근 세련된 디자인의 전자기기를 인테리어에 활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가전제품이 아름다워지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내세운 '세리프TV'가 대표적. 일상의 공간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디자인 가전으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첨단일수록 얇아지는 최근 추세와는 달리, 약간 두꺼운 프레임을 선택해 액자 같은 느낌을 줬다.

덴마크 오디오 브랜드 '비파' 스피커는 잘빠진 가방처럼 생겼다. 알루미늄 프레임에 부드러운 색 천을 씌우고 손잡이를 달았다. 오디오 스피커의 차가운 느낌을 디자인으로 뛰어넘는다.

일본 산업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가 만든 브랜드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는 '디자인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라는 철학으로 간결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가습기, 팬히터, 무선청소기 등 심플한 멋을 지닌 가전으로 인기를 끈다. 일본 '발뮤다' 선풍기, 공기청정기, 토스터 등도 미니멀한 디자인에 꼭 필요한 기능만 갖춰 인테리어에서 가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한다.

'TV 같지 않은 TV, 청소기 같지 않은 청소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가전제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여전히 탁월한 기능성에 있으니까. 하지만 'IT테리어'를 향해 진화하는 가전은 우리가 머무는 공간에 창의적 감성을 더해주는 또 하나의 역할을 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