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신용카드학회 부회장

구매 물건의 결제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루어지는 오프라인 매장인 아마존 고(Amazon Go)가 최근 미국에 개점하는 등 앞으로 소비자의 현금결제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신용카드 결제 체제 구축은 말할 것도 없고, 편의성을 갖춘 디지털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 상점은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도 상품 공급자 중심의 카드결제 관련 규정이 존재한다. 여신전문금융업 제19조 1항은 신용카드결제를 거절 또는 신용카드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사실상 가맹점의 카드 의무 수납을 명기하고 있다. 카드결제의 편의성이 수요자 중심으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음에도 소위 '카드 의무수납제도'라는 구시대적 규정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시대착오적으로 인식되는 카드 의무수납제도는 더욱이 신용카드 시장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 신용카드 시장에서 적정 가맹점 수수료율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가맹점의 카드 수용을 통해 얻는 편익 수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결제수단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카드 의무 수납을 거부할 권한이 없는 영세가맹점의 경우 카드회사와 가격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가 된다. 카드회원 유치를 위한 카드회사의 마케팅 비용(카드 연회비 할인, 각종 포인트, 무이자할부 등)이 고스란히 가맹점 수수료율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호주·유럽 등의 경우에서도 카드 의무수납 제도는 공정 경쟁에 저촉되는 반독점적 위반 행위라는 판결에 근거하여 이미 폐지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상품공급자에게 더 이상 카드 수납 의무를 부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더욱이 영세 신용카드 가맹점의 협상력 제고를 위해서도 현행 카드 의무 수납제의 폐지 또는 개선이 시급하다. 소비자의 카드사용 편의성, 정부의 세수 투명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카드 의무 수납제의 전격 폐지보다는 개선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즉 일정 판매금액 이하의 신용카드 거래에 한해서는 가맹점 판단으로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을 제안한다. 카드 의무 수납제의 개선은 지나친 소액결제로 인해 발생되는 밴(VAN) 수수료 감소를 통해 카드회사 및 가맹점의 결제 비용 부담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