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차 핵실험 여부가 한반도와 동북아의 미래를 가를 중대 '터닝 포인트'로 떠올랐다. 북한이 올 들어 각종 탄도미사일 실험을 강행할 때만 하더라도 대다수 전문가는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 즈음 6차 핵실험'을 예정된 수순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주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과 달리 최고 수준의 군사적 압박을 통해 "도발하면 때린다"고 경고하고 있고, 중국도 이례적으로 '대북 독자 제재' 카드로 핵실험 저지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내 정치권의 '대북(對北) 대화파'들도 "6차 핵실험을 하면 김정은 체제 유지가 어려워질 것"(문재인 민주당 후보)이라며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14일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미·중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 지형은 6차 핵실험 이전과 이후로 갈릴 것"이라고 했다.

미 NBC는 13일(현지 시각) 복수의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확실시될 경우 미국은 선제공격을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구축함 2척이 북한을 겨냥하고 있으며, 이 중 한 척은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300마일(약 483㎞) 떨어진 곳에 배치돼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보도는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마치고 김정은이 '버튼'만 누르면 되는 상태라는 38노스의 분석 직후에 나왔다. "시리아처럼 폭격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인 셈이다.

미국이 '힘'으로 6차 핵실험을 저지하려 한다면 중국은 '경제'를 수단으로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북 제재 강화로 핵개발을 포기시키라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는 측면과 함께 중국으로서도 북핵 문제를 키우지 말자는 생각이 있어 보인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평양에 '핵실험 등으로 경거망동하면 양자 조치를 취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북한으로 석유를 보내는 송유관 차단이라는 대북 제재의 '마지막 카드'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돼 있는 북한은 중국이 대북 송유관을 잠그면 모든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13일 '중국이 북한을 올바르게 다룰 것이라는 데 큰 확신을 갖고 있다'고 재차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은 이 시점에서 북한을 끌어안고 가야 할지, 미국과 결탁해서 김정은 정권을 제거해야 할지 선택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은 국내에도 이전과 다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안보 이슈가 더 부각되고 대선 후보들과 차기 정부의 대북 선택지를 크게 좁힐 수밖에 없다. 문재인 후보는 최근 공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이 끝내 6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 될 것"이라며 "나는 강도 높은 제재를 하면서 협상·대화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지만, 6차 핵실험을 한다면 남북 간 대화도 상당 기간 불가능하게 돼 북한은 더더욱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문 후보보다 더 북한 제재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이런 가운데서도 북한은 14일 한성렬 외무성 부상이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최고 지도부가 적절하다고 판단을 내리면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강(强) 대 강으로 부딪치는 모양새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는 "김정은이 딜레마에 처해 있는 상황"이라며 "계획대로라면 핵실험을 해야 하지만 미국이나 중국의 태도를 보면서 속으로는 상당히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