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실종된 김모(당시 3세)군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 강서경찰서 형사들은 지난 8일 경기 용인시에 있는 한 빌라를 급습했다가 깜짝 놀랐다.

수사의 단서가 될 만한 정보를 찾으려고 들어갔는데, 깨끗하게 정돈된 집 안에 진돗개 10마리가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돗개들은 관리를 잘 받은 듯 털에 윤기가 났다. 진돗개를 태우는 유모차도 집 안에 있었다. 이 빌라에서는 10여명의 사람들이 진돗개를 극진히 돌보고 있었다. 모두 '진도견을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단체 회원이었다.

이웃 주민들에 따르면, 이 단체 회원들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기행(奇行)을 많이 보였다. 이웃 윤모(49)씨는 "늘 진돗개를 품에 안거나 유모차에 태우고 다녔다"며 "중년 여성 5~6명이 진돗개의 시녀 같았다"고 했다. 또 다른 이웃은 "개에게 'XX님 먼저 내려가시지요' 같은 극존칭을 썼다"며 "가끔 빌라 옥상 같은 곳에서 제사상을 차려두고 엄숙하게 '의식(儀式)'을 치르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 단체 회원들은 "진돗개에 영적 능력이 있다" "진돗개가 보고 짖는 사람에게는 악귀가 든 것"이라고 맹신했다고 한다. 일종의 사이비 종교였던 셈이다.

경찰이 이 단체를 추적한 것은 김군의 친모(親母) 최모(41)씨가 2014년 2월부터 이 단체에 가입해 집단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2014년 8월 아들 실종 신고를 할 때부터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실종된 지 한 달 후에야 신고를 했고, "실종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경찰 수사에도 비협조적이었다. 경찰은 이때부터 단순 실종 사건이 아님을 직감했다고 한다.

수사는 올 4월 급물살을 탔다. 최씨와 함께 이 단체에서 활동하다 탈퇴한 A(여·71)씨가 경찰의 설득에 마침내 입을 연 것이다. 그는 "김군은 진돗개를 영물(靈物)로 섬기는 사람들과 집단 생활을 하다 구타를 당해 죽었다"고 털어놨다.

김군이 숨진 건 2014년 7월 7일 오전 11시쯤이었다. 이 단체 임원 격인 김모(54)씨가 "김군이 말을 듣지 않는 이유는 악귀에 씌었기 때문"이라며 나무주걱으로 때린 게 원인이 됐다. 친모 최씨는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그날 오후 다른 회원 이모(여·49)·안모(55)씨와 함께 김군의 시신을 전북 완주군의 한 야산에 묻었다. 사흘 뒤에는 "멧돼지가 내려와 산을 파헤친다"는 말을 듣고 시신을 파내 화장했다. 아들 사망 후 최씨는 이 단체를 떠났지만, 세뇌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 단체의 지시대로 경찰에 실종 신고를 냈다.

강서경찰서는 폭행치사 및 사체 유기·손괴 혐의로 김씨 등 이 단체 회원 3명과 친모 최씨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김씨를 감쌌던 친모 최씨는 "그때는 아들이 다시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 김씨가 원망스럽다"고 후회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세 살 아이는 때려 죽였으면서 개는 집 안에서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