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대한민국이 처한 안보와 경제, 복합 위기를 감안하면 국민은 역대 가장 짧은 시간 안에 가장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누가 대통령에 뽑히든 정권 이행 준비 기간 없이 곧바로 위기관리에 들어가야 할 초유의 상황이다. 보수 정치의 붕괴 속에서 지금 대선 구도는 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양강(兩强) 대결로 굳어지고 있다. 두 사람 지지층이 어느 정도는 결집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부터는 문·안 중 누가 더 국가 운영 적임자인가를 놓고 의구심을 불식해 나가는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주말 진행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문·안 경쟁 구도가 확인됐다. 5자·6자 등 다자 대결에서도 안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문 후보를 앞서는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선일보·칸타퍼블릭 7~8일 조사는, 6자 대결에서 안 후보가 34.4%로 문 후보를 2.2%p 앞섰다. 적극 투표층에서는 문 후보 35.9%, 안 후보 35%로 결과가 달라졌다. 양자 대결은 대부분 조사에서 안 후보가 오차범위 밖으로 격차를 벌리며 문 후보를 앞서 나갔다. 당선 가능성 설문에서는 여전히 문 후보가 확연히 안 후보를 앞서고 있다.

안 후보는 다른 세력과의 연대론에 선을 그어 놓은 상태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 보수 후보들은 다자 대결에서 지지율을 7~8% 이상 확보하지 못했다. 단일화 없이 문 후보를 넘어서겠다는 것이 안 후보 전략인데 여론조사 결과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번 대선은 현직 대통령 파면으로 갑작스럽게 온 선거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처한 안팎의 위기는 대통령 한 사람과 특정한 정치 세력이 홀로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준비는 덜 됐는데 위기는 깊고 다층적이다. 고도화하는 북의 핵·미사일 위협, 중국과의 사드 갈등은 우리 내부가 분열되면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운 과제다. 미국과 맺은 관계에서도 선제 타격을 포함한 북핵 대응 기조, 핵우산 재정비 등 나라 운명이 걸린 복잡한 문제가 얽힐 수 있다. 미·중·일에 소외된 채 한국의 진로가 결정돼버리는 상황이 오지 말란 법도 없다. 국내 현안도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를 상대로 과거와 다른 관계를 정립하지 않으면 차기 정부는 한 발짝도 나가기 어려운 구조다. 구조 개혁에 실패한 경제 전망은 불투명하다.

과연 안·문 두 후보는 이 국가 위기를 헤쳐갈 만한 리더십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가. 두 사람이 지금 이 위치에 온 것은 무엇을 잘한 것이 있어서가 아니다. 본인들도 잘 알 것이다. 문 후보는 탄핵 사태 덕에, 안 후보는 문 후보에 대한 광범위한 거부감 덕에 양강 반열에 오른 것이다. 반사이익이다. 문 후보가 세월호 희생 학생들에게 '고맙다'고 한 것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탄핵 사태가 끝난 뒤에도 두 후보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안보 위기에 대해 자기들 나름의 방책을 갖고 무게 있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내수 진작, 노사 관계, 공교육 정상화, 조선업 구조조정 등 어렵지만 미래와 직결된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우물 안에 갇혀서 우리끼리 아옹다옹했을 뿐이다.

보수·진보를 떠나 많은 유권자가 '대통령감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싫든 좋든 문·안 두 사람을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 두 후보는 반사이익이 아니라 국민에게 '대통령 자격이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경쟁을 해야 한다. 안보를 맡길 수 있고, 경제 쇠락을 되돌리고, 국민을 통합할 사람임을 보여줘야 한다. 곡절은 있겠지만 결국 승패는 여기서 날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