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은 6일 정식 출간된 회고록에서 "1988년 퇴임 준비를 하던 때 보유했던 정치자금이 1600여억원이었으며, 퇴임 직후 치러지는 4월 총선 준비를 위해 자신의 후임인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550억원을 줬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책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취임 초부터 기업인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게 되면 부담을 갖게 되니 (취임후) 한동안은 (나에게서) 받은 돈으로 충당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전 전 대통령은 또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와 (당시 집권당이었던) 공화당이 주요 대기업으로부터 매달 40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박정희 정권시절 청와대 경호실장을 지냈던) 박종규씨로부터 그런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는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 공화당에서는 사무총장과 재정위원장이 각각 정치자금을 거뒀던 것으로 들었다"고도 썼다. 그는 이어 "(박정희 정권에서) 청와대와 당이 매년 거둔 총액은 알 수 없지만, 현대그룹을 비롯한 재벌로부터 5억원 등 주요 대기업으로부터 매달 40억원씩 모았고 이와 별도로 대통령 비서실장이 1년에 40억~50억 원의 정치자금을 거뒀을 것이라는 게 (박종철씨의) 이야기였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정부 시절 재임시 기업들로부터 2259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었다. 이에 대해 그는 회고록에서 "내가 받은 정치자금은 대가성이 전혀 없었다"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날 위기에 처한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나를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겨준 것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을 후계자로 발표한 것은 1986년 6월이었지만 마음속으로 작정한 것은 그보다 훨씬 전이었다"고 적었다. "우리나라 현실에 비추어 대통령이 될 사람은 무엇보다도 국가의 안전을 굳건히 지켜낼 수 있는 지도자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방을 책임질 수 있는 최적임자가 대통령 자격의 제1의 조건이었다. 군 출신으로는 먼 곳에서 찾으려고 할 필요도 없이 노태우 대표를 생각했다. 노 대표는 군 내외에 신망이 있고 애국심과 능력에서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사람이었다"고 했다.

전 대통령은 1979년 10·26 사태에 대해선 "10·26 직전 보안사령관에 임명된 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과 차지철 경호실장 간의 갈등과 권력 투쟁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음을 파악했다. 차지철이 모든 주도권을 잡고 있어 김재규 부장이 '차지철을 쳐내야 한다'는 명분을 걸고 거사하면 군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였는데 박 대통령은 그러한 상황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10월 29일 대통령과의 독대 일정을 잡았지만 10·26이 일어나 불발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