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설가 잭 런던이 한국을 찾은 건 1904년 러일전쟁을 목전에 둔 시점이다. 미 신문의 종군 특파원 신분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평양에 도착해 교전 현장을 처음 보도했다. 그의 보도에 깜짝 놀란 세계 기자들이 한국에 몰렸다. 톨스토이·교황 인터뷰로 유명했던 미국 기자 제임스 크릴먼도 이때 한반도에 왔다. 그대로 한국에 눌러앉아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어니스트 베델도 이때 종군한 영국 기자였다.
▶세계 기자가 대거 한반도에 몰린 두 번째 사건은 6·25전쟁이다. 38선이 무너지자 17국에서 기자 수백 명이 몰렸다. 그중 16명이 전선(戰線)에서 목숨을 잃었다. 처칠 영국 총리의 아들 랜든 처칠도 기자로 종군했다가 다리를 다쳐 귀국했다. 북한에 포로로 끌려간 프랑스 기자 모리스 샹틀루는 3년 동안 겪은 혹독한 고난을 프랑스 신문에 연재해 유명인이 됐다(조양욱 '외국 기자들 코리아를 누비다').
▶여기자가 처음 전장(戰場)의 스타로 부각된 것도 6·25였다. 미국 기자 마거릿 히긴스는 인천상륙작전 종군기 '붉은 해안'으로 6·25의 실상을 알렸다. 1951년 책 '한국전쟁(War in Korea)'을 냈다. 6·25는 기자들에게 많은 퓰리처상을 안겼다. 그중 가장 빛났던 수상자가 히긴스였다. 여성 종군기자로서 첫 수상이었다.
▶10·26, 5·18, 6·10 등 그 후에도 주로 총탄과 최루탄 연기가 자욱할 때 세계 기자들이 한국에 몰렸다. 북핵 문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후엔 한반도에 전쟁 냄새가 날 때마다 모였다. 물론 다 허탕이었다. 4년 전 한반도 긴장 국면 때 몰려든 외국 기자들은 전쟁이 아니라 인기를 끌던 싸이의 '강남스타일' 공연을 보도하고 돌아갔다. 당시 미 워싱턴포스트의 기사 한 구절은 이렇다. '한국에서 북핵 위협 뉴스는 연예인 스캔들, 류현진 메이저리그 데뷔, 벚꽃 소식과 경쟁하고 있다.' 그들 눈엔 태평한 이 나라가 이상했나 보다.
▶900만 시청자가 본다는 미 NBC뉴스의 간판 앵커가 며칠 전 한국의 미 공군기지에서 선제 타격론을 거론하면서 북핵 문제 생방송을 진행했다. 15년 동안 격전지를 취재해 '전쟁 개시자' '전쟁을 몰고 다니는 기자'라고 하는 소속 특파원도 동행했다고 한다. 1994년 북핵 위기, 2010년 연평도 포격 때도 세계의 스타 기자들이 한국에 몰렸다. 우리에겐 좋지 않은 일로 찾아오는 그들이 반가울 리 없다. 하지만 북한이 그들에게 심각한 기삿거리를 만들어 주는 걸 어떡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