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척 리더십,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집과 회사 동시에 불나면 회사 구하라? 가짜 애사심 부추기기도
번아웃(burn out)증후군 시대, 비효율적인 '사축' 키우는 회사 여전
구인 공고 잦은 회사는 경고 대상, 채용 비용도 무시 못해
척척 문화. 무슨 뜻일 것 같은가? 하나는 조직이 일사불란 척척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또하나의 의미는 시늉의 척-척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회사는 (직원) 위하는 척하고, 직원은 (회사 위해)일하는 척한다. 신조어 ‘척척’의 이중성이다. 자신의 생각대로 척척 돌아가길 바라는 리더일수록 ‘척-척’의 겉다르고 속다른 미몽에 빠져 현실파악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
척척 리더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기는커녕, 멈추면 병원에 간다”고 생각한다. 365일 24시간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어야 마음이 흐뭇하다. 팽이처럼 때려서라도(드라이브를 계속 걸어서) 쉼없이 일하게 하는 것이 능력있는 리더라고 내심 생각한다. ‘일과 삶의 균형’ ‘행복한 성공’은 배부른 소리라고 비웃는다.
번아웃(burn out)증후군하면 의지력부족이라고 혀를 쯧쯧 차며, "소는 누가 키우라고?"란 말이 대뜸 입에서 튀어나온다. 자신의 성공은 근무시간외 가외 근무 시간에 비례했다고 자랑스레 털어놓는다.
모회사의 O사장은 "사람은 (당신 말고도)회사 현관에 줄지어 서있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언제든 이동하리란 걸 알기 때문에 단기간 최대한의 능력을 뽑아내고, 튕겨나가면 다음 구간을 질주할 새로운 사람들로 대체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 '헌신' 맹세 받아도 이직 끊이지 않는 이유는?
과연 그럴까. ‘상시 교체가능’의 부속품형 구성원들이 자부심과 창의력을 가지고 일하겠는가. 모업체의 경영자 L대표는 직원 채용면접시 반드시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회사와 집에서 동시에 화재가 일어난다면 어디를 먼저 구조하겠는가?”이다. 원하는 정답이 뻔하니 구직자들은 당연히 ‘회사’라고 답한다. L대표는 단지 회사라고 말하는 것만으론 부족하고 답하기까지 시간체크를 한다. ‘물음표 떨어지자 마자 재깍 회사’라고 거의 본능적으로 답해야 합격이란다(그런 헌신, 충신직원이라면 회사가 집을 알아서 챙겨줄 테니 집걱정할 필요는 없는 게 그의 나름 이유있는(?) 항변이다.).
문제는 ‘헌신’을 맹세한 직원들을 엄선했는데도 이직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구인공고를 잡 포털에 한 달이 멀다고 올리니 그 기업은 구직자들에겐 일종의 ‘빨간 줄’ 경계 대상으로 꼽힌다. 회사를 빈번하게 옮긴 구직자는 ‘인내력, 조직 적응력’에 감점을 받지 않는가. 마찬가지다. 하루가 멀다하고 구인공고를 내는 회사 역시 의구심을 품게 하기 때문이다. 모회사는 입사, 혹은 직급이 한 단계 승진할 때마다 대놓고 요구한다. “당분간 사생활은 포기하라”고. 당신의 회사와 상사는 어떤가. 아니 당신은 어떤 상사인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일과 삶 균형형’ 인간보다 일중심형 인간을 원하는 게 조직의 현실이다. ‘개인의 삶보다 일’ ‘성실=근무시간, 엉덩이력’이란 것은 여전히 많은 조직의 인사고과 지표이고, 솔직한 속내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표방하는 조직이 예전보다 늘어났다고 하지만 슬로건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대외 홍보용과 대내 행정용이 다른데 구성원들이 구호의 액면가만 믿었다가는 물먹기 십상일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영컨설턴트 신시아 샤피로는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에서 “조직의 대외홍보용 가치규범을 믿고 규정된 시간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을 가족과 보낸 직원은 보상을 받지 못했다. 회사의 가치시스템은 여전히 업무시간이나 개인사정에 관계없이 회사를 가장 우선시하며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있는 직원에게 보상한다. 결국 외교용 가치규범을 순진하게 믿은 많은 직원들은 형편없는 인사고과와 낮은 보너스, 승진탈락이란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게다가 팀워크에 자격없는 직원이란 꼬리표가 붙었다는 것도 뒤늦게 깨달았다. 회사의 외교적 가치규범을 믿고 따랐던 많은 직장인들이 짐을 싸야 했다”라고 말한다.
◆ 산업화시대와 인공지능 시대 노동 개념 달라… 재충전 인정해야
조직은 동창회도 아니고, 놀이터도 아니다. 성과에 죽고 살며, ‘숫자가 인격’인 곳이다. 문제는 그런 일 중심형사고가 과연 성과를 향상시키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오’다.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교수는 “직원 한사람 채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연봉의 1~2배”라고 지적한다. 즉 잦은 이직에 따르는 신규채용, 교육비용을 생각하면 ‘직원이탈방지’를 위한 ‘일과 삶 균형문화’추구는 구호와 가치를 넘어선 구체적 수치로 생산적이다.
뿐만 아니라 업무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함으로써 일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직원들의 복지와 사기 향상에 도움이 되고, 생산성 향상으로 매출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드 자동차는 균형프로그램을 도입한 지 4개월 만에 580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고 70만달러의 수익을 창출했다.
척척 리더가 직시해야 할 것은 노동시간과 생산성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란 사실이다. 요컨대 365일 24시간 월화수목금금 야근, 특근을 밥먹듯 자청하고, 사축(社畜)을 자처하는 조직문화가 진정으로 효과적인 것인가. 아니면 ‘그저 보기에 흐뭇한’ ‘척척’의 착시현상인지 냉정하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혹시 당신은 생산성에 집중한 나머지 생산적 환경은 도외시하고 있지 않은가. 질적 성과의 지표없이 표면적 근태만을 객관적-공정한 기준으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리더인 당신은 이런 말을 하고 싶을지 모른다. 추진력과 성공욕으로 오늘의 이 자리에 이르렀다고. 개인적 삶의 희생 없었다면 지금 이 만큼의 목표를 이룰 수 없었다고, 행복은 나중에 누릴 수 있지만, 성공은 나중에 얻을 수 없다고... 당신의 말은 50%는 맞고 50%는 틀리다. 당신이 관통해온 시대는 산업화시대고 이젠 인공지능의 시대다. 개인생활이 만족스럽고 퇴근이후 시간과 휴식을 활용해 충분히 재충전해야 업무에 더 몰입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생산적 리더는 사람들로부터 원하는 바와 그것을 성취하는 방법 사이에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다. 인생의 소중한 자산을 진심으로 존중해준다. 멈추어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다. 월화수목금금 저녁이 없는 쉼없는 삶, 척-척의 리더십, 그때는 맞았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틀리다. 그때는 통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통하지 않는다.
◆ 리더십 스토리텔러 김성회는 ‘CEO 리더십 연구소’ 소장이다. 연세대학교에서 국문학과 석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언론인 출신으로 각 분야 리더와 CEO를 인터뷰했다. 인문학과 경영학, 이론과 현장을 두루 섭렵한 ‘통섭 스펙’을 바탕으로 동양 고전과 오늘날의 현장을 생생한 이야기로 엮어 글로 쓰고 강의로 전달해왔다. 저서로 ‘리더를 위한 한자 인문학’ ‘성공하는 CEO의 습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