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환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회장

몇 년 전 두 아이의 아빠인 30대 중반의 환자가 찾아왔다. 꼭 필요한 항암신약이 한 달 치료에 600만원이나 들어 쓸 수 없다고 했다. 전세를 빼서 월세로 옮기고 친척들 도움도 받아 치료를 이어갔지만, 결국 가족에게 빚만 남긴 채 숨을 거두었다. 치료비를 위해 집을 팔고 빚을 낸 이른바 '메디컬푸어' 가정이다. 그가 그토록 필요로 했던 신약은 7개월 뒤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됐다.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골수종' 환우회의 회장인 나는 메디컬푸어의 심각성을 늘 피부로 느낀다.

암환자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이 있다는데 '왜?'라는 생각이 드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의문의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암 진단을 받으면 환자는 5년간 외래나 입원 진료 시,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치료나 약제 등에 대해 5%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그런데도 메디컬푸어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이유를 전문가들은 '5%의 덫' 때문이라고 말한다. 항암제를 건보에 적용하면 정부가 95%를 부담해야 하니 쉽게 건보에 등재하지 못한다. 건보 적용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등재되는 약제의 수도 적다. 암환자는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면 비용의 100%를 직접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비급여 항암신약 치료를 받다가 빚지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OECD 국가의 항암신약 보장성 보험율은 평균 69%이지만, 우리나라는 29%로 매우 낮다. 급여가 되는 약으로 치료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치료법이 없는 상태에서 최후 대안으로 사용되는 것이 비급여 항암신약이다. 살기 위해 꼭 필요하다. "몇 달 더 살자고 수억원을 건보 재정에서 부담해야 옳은가"라고 되묻는 사람도 있다.

요즘은 생존 기간과 삶의 질을 탁월하게 높인 혁신적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다. 4기 암환자 중에도 치료받고 경제활동을 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도 몇천만원 하는 항암신약 비용은 아주 부담스럽다. 하물며 소외층 환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정도 암에 걸린다고 한다. '설마 내가?'라고 지나치기에 암은 나와 우리 가족 주변에 상존하는 문제이다. 우리나라도 전체 보장성 목표를 OECD 평균인 80%로 끌어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