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압도적 1위를 달리던 대선 판도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강(强)'으로 재편됐다고 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문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중도·보수 단일화 변수까지 감안한다면 민주당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대선 판도에 중대한 변화 여지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갤럽의 28~30일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안 전 대표는 전주보다 9%p 급등한 19%를 얻어 2위로 올랐다. 1등인 문 전 대표(31%)와의 격차는 그 전주의 21%p에서 12%p 차로 좁혀졌다. 동아일보와 R&R의 28~29일 조사에서는 '문재인 대 안철수' 양자 대결 시 문 41.7% 대(對) 안 39.3%로 그 격차가 오차범위인 2.4%p였다. 큰 변화다.

안철수 후보의 부상은 일차적으로는 민주당 경선에서 불리해진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자들을 상당수 흡수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이 변화에는 그 이상의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촛불 시위의 영향이 줄어들면서 문 전 대표 진영의 패권적 행태들을 유권자들이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이제 한 세력의 일방 독주를 바라지 않는 유권자들의 수는 도저히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편 가르기를 예고한 독선적 국정 운영에 진절머리를 내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처음에는 '안희정 현상'을 만들었고 이제는 안철수의 부상을 이끌고 있다. 앞으로 대선 판도가 '적폐청산 문재인' 대(對) '온건·협치 안철수'로 흘러가면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이제 대선은 38일 남았다. 다음 주 내에 대선 대진표가 확정된다. 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등 5자 경쟁 구도다. 결국 안철수·홍준표·유승민 간의 중도·보수 단일화가 성사돼 사실상의 1대1 구도를 만들 수 있느냐가 우선적인 관심사가 될 것이다. 이들이 대북(對北) 정체성 차이 등을 극복하고 손잡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대선 판도의 변화를 바라는 민심 또한 매우 크다. 나라의 안정과 경제 회복을 바라는 유권자들이 표로써 사실상의 단일화를 이루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