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65)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30일 박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 주변과 서초동 법조타운 인근에서 온종일 '영장 기각' '구속 반대'를 외치며 집회를 열었다.

삼성동에서 밤샘 농성 하던 지지자 수십 명은 오전 5시 40분쯤 "대통령이 법원에 가시도록 놔둘 순 없다"며 도로에 드러누웠다. 길을 트느라 경찰 여럿이 이들을 한 사람씩 들어 옮겨야 했다.

오전 10시 9분쯤 자택을 나선 박 전 대통령은 잠시 지지자들 쪽을 바라보며 엷은 미소를 지은 뒤 곧바로 경호차 에쿠스에 올랐다. 박 전 대통령이 탄 차가 골목을 지나가자 지지자 600여 명이 일제히 "대통령님 힘내세요" 하고 외쳤다. 박 전 대통령은 오른손을 살짝 들어 보였다. 한 지지자는 "대통령님 얼굴이 부었다"며 바닥에 앉아 오열했고, 일부는 경찰의 제지를 뚫고 차량을 막아서려고 했다. 흥분한 지지자 5명이 울부짖다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됐고, 3명은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일부 지지자는 이날 삼성동 자택에 들른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와 친박 의원들에게 "왜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느냐"고 소리쳤다. 오전 7시 30분쯤엔 김모(65)씨가 사진기자를 향해 "부모뻘 되는 사람들 사진을 왜 찍느냐"며 뜨거운 커피를 뿌려 경찰에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인근에서도 박 전 대통령 지지 단체인 '국민저항본부' 소속 200여 명이 오전 9시부터 "대통령 복권" "영장 기각"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이 자리 잡은 곳에서 100여m 떨어진 정곡빌딩 앞에서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소속 수십 명이 박 전 대통령 구속을 주장하며 집회를 했다. 일부 박 전 대통령 지지자가 "박 대통령이 사과를 세 번이나 하지 않았느냐"며 퇴진행동 측에 항의하면서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갔다.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에서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었다.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가 서문을 통과했지만 일부는 보지 못했다. 한 지지자는 "나오실 때는 쓸쓸하지 않게 해드리자"며 다른 지지자들을 독려했다.

삼성동 자택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던 지지자 200여 명은 오전 11시쯤부터 태극기를 들고 법원·검찰청사 주변으로 옮겨 "구속 반대" "대통령을 탄핵한 빨갱이를 처단하자" "계엄령 선포" 등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과 서초동 법원·검찰청사 부근에 3100여 명을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