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회고록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79년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시해한 10·26 사건 직후 박정희 정권 시절 물의를 빚었던 최순실씨의 아버지 최태민씨(1912~1994)를 전방 군부대에 격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자금 9억 5000만원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으며, 박 전 대통령이 이 돈 가운데 3억 5000만원을 수사비에 보태달라며 돌려줬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본지가 30일 입수한 '전두환 회고록'을 통해 이같이 증언했다.

전 전 대통령은 또 지난 2002년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도움을 요청했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박근혜 의원이 지니고 있는 여건과 능력으로는 (대권 도전은) 무리한 욕심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00쪽 분량의 '전두환 회고록'은 10·26사건 이후 대통령이 되기까지 과정을 담은 1권 '혼돈의 시대', 대통령 재임 중 국정수행 내용을 서술한 2권 '청와대 시절', 성장 과정과 군인 시절·대통령 퇴임 후 일들을 담은 3권 '황야에 서다' 등 총 세 권으로 구성됐다.

◇"근혜양 등에 업고 많은 물의 빚은 최태민…10·26 이후 전방 군부대에 격리"

전 전 대통령은 "10·26 이후 나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영애 근혜양과 함께 구국봉사단, 새마음봉사단 등을 주도해왔던 최태민씨를 상당 기간 전방의 군부대에 격리시켜놨다"며 "최씨는 그때까지 근혜양을 등에 업고 많은 물의를 빚어낸 바 있고, 그로 인해 생전의 박정희 대통령을 괴롭혀온 사실은 이미 관계기관에서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최씨가 더 이상 박정희 대통령 유족의 주변을 맴돌며 비행을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격리시켰으나 처벌을 전제로 수사하지는 않았다"며 "최씨의 행적을 캐다보면 박정희 대통령과 그 유족의 명예에 큰 손상을 입히게 될 것을 우려했던 것"이라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나의 이러한 조치가 근혜양의 뜻에는 맞지 않았을지 모른다"며 "그 뒤 최씨의 작용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구국봉사단 등의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해왔지만 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대 상황에 비춰볼 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여건과 능력으로 대권은 무리한 욕심…2002년 도움 요청 거절"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총재 이회창)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 '미래연합'이란 정당을 만들어 이끌던 박근혜 의원은 나에게 사람들을 보내 자신의 대권 의지를 내비치며 힘을 보태줄 것을 요청해왔다"며 "나는 생각 끝에 완곡하게 그런 뜻을 접으라는 말을 전하라고 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총재 1인 체제를 비판하며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한 뒤 대선을 대선을 한 달 앞두고 복당하기도 했다.

그는 "박 의원이 지니고 있는 여건과 능력으로는 무리한 욕심이라고 생각했다"며 "나는 박 의원이 대통령이 되는 데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보았고 실패했을 경우 '아버지(박정희 대통령)를 욕보이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의 이러한 모든 선의의 조치와 충고가 고깝게 받아들여졌다면 나로서는 어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10·26 직후 靑 금고에 있던 9억 5000만원 전달…3억 5000만원 수사비조로 돌려받아"

전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자녀들의 재산과 관련해 오해와 논란이 많았던 건 10·26 직후 청와대 비서실장실에서 나온 9억 5000만 원의 성격과 그 처리 과정에 관한 문제인 것 같다"며 "사실 이 문제는 시끄럽게 논란이 될 문제가 아닌데, 박근혜씨가 정치를 시작하고 대통령 선거에까지 뛰어들자 정치적 반대자들에 의해 공격 소재로 이용됨으로써 불거지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10·26 직후 당시 합동수사본부는 10·26사건 공범 혐의자인 김계원 대통령 비서실장의 방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금고 안에서 9억 5000만 원 상당의 수표와 현금을 발견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이 돈은 정부의 공금이 아니고 박정희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자금이었다는 권숙정 비서실장 보좌관의 진술에 따라 합수부는 이 돈에 일절 손을 대지 않고 권 보좌관이 유가족에게 전달하도록 했다"며 "권 보좌관은 전액을 서류가방에 넣어 그대로 박근혜씨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얼마 후 박근혜씨가 10·26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달라는 부탁과 함께 나에게 수사비에 보태달라며 3억 5000만 원을 가져왔다"며 "나는, 당시 격무로 고생하고 있는 것은 합수부 말고도 계엄사령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돼 이 3억 5000만 원 가운데 일부를 정승화 계엄사령관과 노재현 국방장관한테도 갖다드렸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그런데 5·18특별법 제정과 함께 수사를 재개한 검찰은 1996년 청와대 금고에서 나온 그 돈을 내가 임의로 사용했고, 박근혜씨도 마치 합수부로부터 깨끗하지 못한 돈을 받은 것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내용으로 발표했다"며 "김영삼 정권의 검찰은 나의 도덕성에 상처를 내기 위해 고의로 이를 묵살해버리고 왜곡되게 발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