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신불산 간월재 넘어간다/ 근심도 걱정도 다 버리고, 기쁨도 슬픔도 다 버리고, 사랑도 미움도 다 버리고, 억새처럼 바람처럼 놀아봐요/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신불산아리랑)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임동창(61·사진)씨가 전국 각 고을을 돌며 그 고장에 얽힌 역사와 민초들의 사연을 담아 향토 아리랑을 만드는 작업을 최근 마쳤다. 그가 7년여의 작업 끝에 완성한 아리랑은 무려 170개. 기초자치단체 시·군 지역마다 가능하면 모두 독립된 곡조를 만들고 여기에 가사를 붙여 각각의 아리랑을 작곡했다. '해남아리랑' '청주아리랑' '군산아리랑' '증평아리랑' 등의 고을별 아리랑이 탄생한 것이다. 반면 25개 구(區)가 있는 서울은 하나의 문화권으로 보고 '서울아리랑' 하나만 만들었다.
임씨가 전국 아리랑 작곡에 뛰어든 것은 2010년. 울산시 울주군으로부터 '울주 오디세이' 공연 요청을 받고 반구대 암각화, 천전리 각석(刻石) 등 관내 명소를 둘러보던 그는 신불산 간월재에 오르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는 진한 감동을 경험했다고 한다. "툭 터진 능선에 수만 평의 억새밭이 쫙 펼쳐져 있는데 '아 여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자리를 공연장으로 삼았지요." 그는 당시에 받은 영감을 토대로 '신불산아리랑'을 만들었고, 이후 강연이나 공연 요청이 들어오면 인연 닿는 대로 하나둘 곡을 만들었다. 이렇게 작곡한 아리랑을 무료로 각 지역에 선물했다. 그러던 중 제자인 가수 송도영(여·26)씨가 차 안에서 자신이 만든 아리랑 곡조를 쉬지도 않고 흥얼거리는 것을 보고 '아! 하늘이 나더러 전국 아리랑을 모두 만들라는 얘기구나!'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전남, 경남, 전북, 경북, 충남, 충북, 경기, 강원 등의 순으로 전국을 돌며 그 지역의 역사와 희로애락이 녹아든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소재로 가사를 만들었다. 밥을 먹다가도 영감이 떠오르면 흥얼거리며 노래를 지었고, 제자들과 어울려 흥겹게 부르며 곡을 완성했다.
"노랫말과 선율은 긴밀하게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무엇이 우선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때 상황에 따라 곡조가 먼저 나올 수도 있고, 가사가 먼저 탄생할 수도 있지요. 고도의 몰입 상태에서 그 지역만의 특색 있는 아리랑을 건져 올리는 겁니다." 마치 강물에서 고기 잡듯, 사과나무에서 익은 사과 따듯 자연스럽게 노래를 만들었다.
"아리랑은 경계가 매우 모호하면서도 지역별로 나름의 특징을 갖추고 있어요. 인류가 만든 노래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 바로 아리랑입니다. 그러나 현재 남아있는 아리랑은 몇 개 안 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 완성한 전국 아리랑을 묶어 하나의 악보집으로 출간할 계획인 임씨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아리랑을 온 국민의 애창곡으로 띄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좋아서 할 뿐"이라고 말하지만 속으론 큰 계획을 품고 있다. 중국 조선족 집거(集居) 지역인 옌볜(延邊) 자치주 등을 돌며 현지에 남아있는 아리랑 흔적도 추적하고 있는 그는 "조선족은 물론이고 통일이 되면 북녘 동포들에게도 아리랑을 지어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