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이건희 회장 동영상’ 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논란이 일고 있다. 동영상 촬영을 두고 검찰조사가 시작됐고, 이 과정에서 대기업 총수를 상대로 큰돈을 뜯어내기 위해 뭉친 배후인물들이 드러난 것이다. 그들이 촬영한 영상물을 가지고 삼성 측과 접촉해 약 2억~3억원의 금품을 뜯어냈다는 정황까지 포착됐다. 어떻게 촬영되었는지, 왜 유포됐는지, 그리고 뒤에 숨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하나하나 짚어봤다.

# 누가, 왜, 어떻게 촬영했나?

일단 동영상은 현장에 있던 인물에 의해 촬영됐다. 즉 이건희 회장을 만난 여성 중 한 명이 촬영한 것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들을 추리면, 본인이 마사지를 해준 사람이 이건희 회장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던 중국 국적의 여성 J씨가 동영상 촬영자다.

시작은 J씨가 한 여성에게 받은 전화였다. 마사지를 해주면 5백만원을 준다는 제안을 하며 날짜와 시간을 지정한 여성은 J씨에게 강남의 미용실로 오라고 했다. 그곳에는 같은 전화를 받은 사람이 3~4명 더 있었다. 이들은 각자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은 다음 같은 차에 올라탔다.

이들이 내린 곳은 인근의 고급 빌라. 이건희 회장의 삼성동 빌라였다. 여성들은 이곳에서 이건희 회장에게 마사지를 했고, 끝난 뒤 각각 5백만원이 담긴 봉투를 받았다. 중국인인 J씨는 이때만 해도 그가 이건희 회장인지 몰랐다고 한다. 2011년에 중국에서 입국한 그녀는 한국 사정에 어두웠다.

그녀가 이건희 회장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TV를 통해서였다. 남자친구와 함께 TV를 보던 그녀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얼굴이 나오는 것을 보고 아는 사람이라고 소리쳤다. J씨는 남자친구에게 “저 사람(이건희 회장) 집에 가서 마사지해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J씨의 남자친구 이모 씨가 계획을 세웠다. 이모 씨는 먼저 본인의 마약 친구인 선모 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선모 씨는 CJ그룹 계열사에 다니는 형에게 이 말을 전했고, 이후 선 씨 형제가 큰돈을 벌 수 있겠다면서 촬영 계획을 잡았다.
큰돈을 벌기 위한 네 사람의 공모가 시작됐다. 금품 분배 비율을 정한 다음 구체적으로 준비에 들어갔다. 선 씨 형제는 몰래카메라를 구입해서 J씨에게 건넸고, J씨는 가방에 카메라를 넣고 2013년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이 회장을 촬영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이건희 회장 동영상'이 탄생하게 됐다.

물론 이들의 진술에는 허술한 구석이 많다. 한 개인이 회장의 은밀한 사생활에 우연히 접근해서 영상까지 촬영하는 것은 사실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 검찰조사가 끝나지 않아 본인들에게 불리한 정황은 공개하지 않았을 확률도 크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현재까지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촬영 경로다.

# 삼성 측과 접촉해 2억 이상 금품 갈취

네 사람의 범행 계획은 당연하게도 촬영에서 끝나지 않았다. 처음 의도대로 J씨가 촬영한 영상물을 확보한 선 씨 형제는 삼성 측과 접촉했다. 이때 2억원 이상의 금품을 뜯어냈다는 정황이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부장 이정현)의 압수수색 결과 밝혀졌다. CJ헬로비전과 대한통운 등 계열사 4곳을 압수수색한 결과다. 본사가 아닌 계열사를 수사한 것은 본사의 재무팀과 감사팀에서 일했던 인물들이 인사이동을 했기 때문이다.

동영상 촬영을 지시했던 CJ제일제당 부장 출신 선모 씨와 그의 동생이 삼성 측을 협박한 구체적인 정황도 포착됐다. 선모 씨 동생은 당시 CJ 재무팀에 근무하던 성모 씨에게 동영상과 관련한 이메일을 보내 거래를 시도했다. 성모 씨는 CJ그룹 재무팀장과 CJ제일제당 부사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 2013년 CJ 비자금 사건 때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되어 유죄 선고를 받은 바 있는 인물이다.

선 씨는 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촬영) 위반혐의 등으로 지난달 구속됐다. 구속 뒤 사표를 냈고 그의 퇴사 처리는 끝났지만, 검찰은 그룹 차원에서 지시를 받고 회장 동영상 촬영을 했는지를 집중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대중은 영화에서나 보던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났다면서 놀라고 있다.

# CJ그룹 배후설? 당사자는 부인

검찰조사 과정에서 CJ 직원 여러 명이 동영상 제작에 관여하거나 직접 촬영한 사람들과 접촉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개인이 아닌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동영상 촬영에 개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일고 있다. 검찰이 그룹 개입 가능성을 열게 된 것은 개인이 진행하기에 2년이라는 시간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그룹 총수의 사생활에 관련되는 것은 그룹 차원의 도움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촬영 시기도 주목할 만하다. 이건희 회장의 영상은 1년 7개월 동안 5차례에 걸쳐 촬영이 됐는데, 그 시기는 상속재산을 둘러싸고 이재현 회장의 아버지인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법적 다툼이 있던 때다.
이에 대한 CJ의 공식 입장은 "그룹과 무관하다"이다. CJ 측은 "(이건희 회장의 동영상 촬영은) 개인의 일탈행위에서 비롯된 범죄이며 그룹 차원의 개입이나 지시는 전혀 없다"면서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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