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28일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구(舊)여권 진영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후 첫 본선 후보를 배출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분열을 거듭하던 보수 세력은 이날 재기의 발판을 일단 마련하게 됐다. 구여권에서는 "31일 자유한국당 후보가 확정되면 중구난방이던 보수 정권 재창출 논의가 두 보수 대선 주자 중심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유 후보는 이날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자 선출 대회'에서 수락 연설을 통해 "이 나라를 만들어온 보수가 이제는 당당하게 고개를 들어야 한다"며 "보수의 재건을 바라는 국민 여망을 모아 당당하게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 새로운 보수의 희망이 되겠다"고 했다.

남경필 지사와 뜨거운 포옹 - 유승민(왼쪽) 바른정당 의원이 28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대선 후보 선출 대회에서 후보로 선출된 뒤 경쟁자였던 남경필 경기지사와 포옹하고 있다.

유 후보는 "박근혜 정부가 싫다는 이유만으로 정반대 선택을 한다면 또다시 후회할 대통령을 뽑게 될 것"이라며 "안보관·대북관이 위험하고, 민생 문제에서 철학과 정책의 빈곤·무능을 드러내는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의 운명은 안보·경제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 유승민이 문재인과 싸워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했다.

유 후보는 "정의감과 도덕성을 갖춘 대통령, 경제 위기와 안보 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있는 대통령, 국민의 고통을 느끼고 공감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3대 시한폭탄인 부실기업, 가계 부채, 그리고 차이나 리스크의 뇌관을 제거하겠다"면서 "강력한 군대를 만들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 외교를 펼치겠다"고 했다.

이날 선출 대회에선 2100여 당원이 모여 후보들을 지지하는 피켓을 흔들며 분위기를 띄웠다. 유·남 두 후보는 마지막 지지 호소 연설에서 양복 재킷까지 벗어가며 치열한 경합을 펼쳤다. 김무성 의원도 찬조 연설에 나서 "과거 역사를 돌아볼 때 정의롭고 올바르게 가는 분들은 항상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했다. 이날 경선에서 진 남 후보는 "이제 우리 유승민 후보가 승리할 수 있도록 열심히 돕겠다"고 했다.

유 후보는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되기까지 지난 1년 동안 롤러코스터와 같은 정국 변화를 넘어야 했다. 지난 총선 때는 친박계로부터 '공천 학살' 표적이 돼 옛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돼 복당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을 주도하고 또다시 탈당했다. 지난 1월 바른정당 창당 이후에도 부침이 많았다. 경제·사회 현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당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논란이 일었고, 김무성계와 유승민계 간 신경전이 벌어져 당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하락했다.

(왼쪽 사진)김무성 업었네 - 바른정당 유승민(가운데) 의원이 28일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서울의 한 식당에서 열린 만찬에서 김무성 의원을 업고 있다. (오른쪽 사진)아내와 딸의 응원 - 28일 바른정당 대선 후보 선출 대회에서 유승민 의원의 부인 오선혜(왼쪽)씨와 딸 유담씨가 앉아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누구]

유 후보는 당 후보 선출로 1차 관문을 넘었지만, 앞으로 남은 과제가 많다. 당장 한 자릿수에 머무는 낮은 대선 주자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한국당 후보는 물론 국민의당 후보와도 비문(非文) 단일화를 논의해야 한다. 유 후보 측 관계자는 "당분간은 연대론보다는 '경제·안보 위기 해결 적임'이라는 인물론을 앞세워 자체 지지율을 높이는 '자강론(自强論)'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