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검찰총장이 27일 장고 끝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해 10월27일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가 구성된 이후 5개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를 착수한 지 3개월, 다시 사건이 검찰 특별수사본부로 넘어와 박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한 지 1주일 만에 결국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결정한 것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 이후 구속영장 청구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자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원론만 밝혀왔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결국 청구하기로 결정한 데는 3가지 이유가 있다. 이날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밝힌 입장 전문에는 그 이유가 ▲혐의가 되는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공범과의 형평성으로 요약돼 있다.
먼저 검찰은 이날 배포한 발표문에서 "피의자는 막강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하여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 하거나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 남용적 행태를 보이고, 중요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모두 밝히지 않았으나, 이 발표문에서 뇌물 수수와 기업 경영 침해, 권력 남용,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의 혐의는 언급했다. 박영수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하면서 적용한 혐의가 모두 13개다. 이처럼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혐의 내용이 중대'하기 때문에 구속 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두번째, 증거 인멸 가능성이다. 검찰은 발표문에서 "다수의 증거가 수집됐지만 피의자가 대부분의 범죄 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등 향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상존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몇 차례의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검찰과 특검이 수사하고 있는 혐의 내용에 대해 반복해서 "몰랐다" "선의로 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검찰은 이런 입장을 가진 박 전 대통령이 향후에도 사건 관련자들과 입을 맞추는 등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셋째, 이미 구속된 사건 관련자들과의 형성성이다. 검찰은 ""공범인 최순실과 지시를 이행한 관련 공직자들뿐만 아니라 뇌물공여자까지 구속된 점에 비춰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반한다"고 밝혔다. 검찰과 특검 수사로 최순실씨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 조윤선 문체부 장관과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 등 장·차관 등 이미 다수의 사람들이 구속돼 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움직인 종범이거라고 볼 수 있다. 다수의 종범이 구속됐는데, 주범 격인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지 않으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검찰은 판단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법 적용에 특혜가 있을 수는 없다"면서 "제반 정황을 종합할 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법과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