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 말레이시아 경찰관 4명이 26일(현지 시각) 낮 북한 국적 용의자 3명의 진술을 듣기 위해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에 들어갔다고 현지 중국어매체인 중국보가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치외법권 지역인 북한대사관에 직접 들어가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지 경찰관 4명은 이날 낮 12시 30분부터 2시간 30분가량 북한대사관에서 김정남 암살 용의자인 북한 외교관 현광성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 리지우 등 3명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광성 등은 그동안 북한 대사관에 은신하며 현지 경찰 소환에 불응해 왔다. 북한은 말레이시아 경찰이 현광성 등이 조사에 응할 것을 거듭 요구하자 최근 말레이시아와 비공식 협상에서 “현광성 등을 북한으로 보내주면 평양에 억류된 말레이시아 대사관 직원과 가족 9명을 풀어주겠다”고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경찰 조사는 북한과 말레이시아가 김정남의 시신 인도와 말레이시아 내 북한 국적 용의자의 신병 처리 문제 등을 놓고 비밀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일본 TV아사히 계열 방송인 ANN은 25일 오전부터 최희철 북한 외무성 부상과 리동일 대변인 등이 쿠알라룸푸르에서 말레이시아 정부 관계자와 회동했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이달 초 수차례 비공개 면담을 한 데 이어 지난 13일부터 공식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을 진행해 왔다.
특히 말레이시아 정부가 조만간 김정남 시신 처리 방침에 대해 결론내릴 것으로 알려져 양국이 협상에서 이견을 상당부분 해소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내일 말레이시아 외무부가 북한과의 협상과 관련한 공식 성명을 낼 것”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명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수브라마니암 사타시밤 말레이시아 보건부 장관은 이날 오전 “말레이시아 외무부와 총리실, 북한 등과 (시신처리 문제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빨리 이 문제에 관한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며 “발표는 이르면 오늘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말레이시아가 북한이 억류한 자국민을 구하기 위해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에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정남의 유족은 김정남 시신 처리를 말레이시아 당국에 일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