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지 못한 자들의 책 읽기

박숙자 지음|푸른역사|260쪽|1만4900원


1952년 중·고등학생의 교양지를 표방하며 잡지 '학원(學園)'이 창간됐다. 종이가 부족해 새 학기마다 교과서가 제때 나올지 걱정하던 시절이었지만, '학원'은 10만부 가까이 찍었다.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발행 부수였다. 고교 남학생 선호 직업 3위가 작가라는 말도 있었다. 학창 시절 김승옥·전상국·조해일·이제하·황석영·황동규와 마종기 등이 '학원'을 통해 글을 발표했고 학원문학상을 받았다. 이들은 현대문학사의 대표적 소설가와 시인으로 성장했다.

경기대 교양학부 교수인 저자가 광복 이후의 독서 문화를 통해서 현대사를 되짚은 책이다. 문학의 감수성과 역사의 치밀함을 솜씨 있게 포개고 있다. 최인훈과 김승옥 소설의 주인공과 수필가 전혜린, 노동운동가 전태일을 각 장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구성 방식이 이채롭다. 저자는 "책 너머의 세상을 상상하며 읽어낸 이들, 우리 역사는 이들이 읽어낸 만큼의 역사"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