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특이한 커피가 많다면서요? 커피 박사가 되고 싶어요."

서울 서초구청 1층 행복한 베이커리&카페에서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안재림(23·사진)씨는 며칠 전 처음으로 여권을 만들었다. 안씨를 비롯해 구청 카페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 6명과 점장, 가족 등 13명은 25일 세계 2위 커피 원두 생산국으로 3박 4일간 출장을 떠난다. 베트남에서 유명한 커피 브랜드 '하이랜드' 등을 방문해 커피 제조 노하우를 배우고 수도 하노이에 있는 커피 박물관을 돌아보며 커피의 역사와 원두 종류에 대해 공부할 예정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많은 자치구가 발달장애인 자립을 위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교육 목적으로 장애인들을 외국까지 보내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서초구는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더 잘 이해하고 전문 직업인으로서 더 큰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이번 출장을 기획했다. 비용 1560만원은 모두 구청 카페에서 거둔 수익금으로 충당한다.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는 서초구가 발달장애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와 사회 참여 기회를 주려고 SPC의 후원을 받아 작년 8월 문을 열었다. 지적장애 2급인 안씨를 비롯해 지적장애 1~3급 장애인 바리스타 6명이 하얀 셔츠에 고동색 모자와 앞치마를 쓰고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는다. 영업 시간은 매일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 안씨 등은 교대로 하루 4시간씩 일하고 월급 약 70만원을 받는다. 이들은 한 잔에 1500원(오늘의 커피), 2000원(아메리카노)인 커피를 하루에 700잔쯤 내리고, 빵을 팔아 130여 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서초구는 작년 1월 서초동 한우리정보문화센터에 발달장애인 카페 1호점을 만든 이후 지금까지 카페 10곳을 열어 66명을 취직시켰다. 올 연말까지 14곳으로 확대해 발달장애인 바리스타 19명에게 추가로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안씨 등이 베트남으로 출장 가고 없는 동안엔 다른 지점의 바리스타들이 서초구청 카페로 와서 영업을 대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