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초인가족'에는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많아 보인다. 출생의 비밀, 시간 이동, 기억상실, 재벌가, 초능력 등 한국 드라마의 상징과 같은 요소를 찾아볼 수 없다. 작은 주류(酒類) 회사의 만년 과장 나천일(박혁권)과 목소리 큰 그의 아내(박선영), 얄미운 중2 외동딸(김지민)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소한 이야기가 전부다. 그런데도 피식 웃음이 터지고 이따금 코끝이 찡해진다.

월요일 밤 11시에 편성돼 한 달 만에 동 시간대 1위에 바짝 다가섰다. '초감성 미니 드라마'를 내세우지만 시트콤에 가깝다. 30분짜리 짧은 호흡에, 줄거리보다는 캐릭터를 중시하며, 코미디처럼 웃기다. 허구한 날 승진에서 밀리는 아버지, 쪼들리는 살림에 할인 행사만 찾아다니는 어머니, 외모도 성적도 중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딸의 일상을 경쾌하게 그린다.

총 10번의 에피소드 주제는 놀라울 정도로 평범했다. 엄마는 지인들의 소셜미디어를 보고 우울해지고, 아빠는 딸과 소통하기 위해 신조어와 랩을 배운다. 최수현 기자는 "누구나 생활 속에서 겪는 이야기가 과연 드라마 소재가 될 수 있을까 의아했지만 과장, 패러디, 난처한 상황 등을 활용해 웃음과 감동을 노련한 솜씨로 뽑아낸다"고 했다.

효도하겠다고 마음먹은 나천일 과장이 오랜만에 아버지에게 전화해 "아버지는 내게 산 같은 존재였다"고 고백하자 귀가 어두운 아버지가 "선산을 팔아달라고? 그것만은 안 된다"고 대답할 때, 아내 생일맞이 깜짝 이벤트를 고민하는 나 과장에게 회사 상사가 "나는 가끔 죽은 척을 한다. 아내가 놀라면서도 은근히 좋아하더라"고 조언할 때 킥킥 웃음이 터진다. 취업 못하고 빌붙어 사는 시동생을 귀찮아하면서도 정성껏 면접용 정장을 챙겨주는 형수의 모습, 배우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던 아내가 "당신이 벌어온 돈으로 살림하는 꿈을 이미 이뤘고, 늙어서 당신과 작은 텃밭 일구며 살 것"이라고 조곤조곤 털어놓는 장면에선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SBS‘ 초인가족’주인공 나천일(박혁권) 과장이 회사 낚시 야유회에서 상사를 향해 날아오는 물고기를 온몸으로 막아내는 모습. 박혁권은 진지해 보이는 코믹 연기로‘초인가족’을 탄탄하게 받친다.

그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릴 정도로 너무 깊은 감동까지 이르지는 않도록 마지막 부분을 살짝 비틀어 웃기는 것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이다. 채민기 기자는 "웃음과 눈물을 쥐어짜는 느낌이 없어 자연스럽고 편안하다"고 했다.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보이는 설정도 있다. 딸의 첫 월경을 축하하기 위해 아버지가 식당에서 큰 소리로 "생리 축하합니다" 노래를 부르는 식이다. 가족 이야기 중심이다 보니 요즘 대세로 떠오른 '1인 가구'의 공감을 얻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20대 미혼 박상현 기자는 "드라마에 극적 요소가 없고 재미도, 깊이도, 개성도 부족해 유치하고 모호하다"고 했다.

평범해도 너무 평범한 사람들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제목은 왜 '초인가족'일까. 제작진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초인(超人)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초인가족'은 시청자를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