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65)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9시 30분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 조사를 받는다. 전두환·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우리 헌정 사상 네 번째로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는 것이다.

검찰은 20일 박 전 대통령에게 물을 질문 사항과 직접 조사를 담당할 검사를 확정하는 등 조사 준비를 끝냈다. 박 전 대통령 조사는 서울중앙지검 한웅재(47) 형사8부장과 이원석(48) 특수1부장이 맡는다. 두 부장검사는 지난해 10~11월 최순실(61)씨,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등을 구속 기소할 때도 수사를 맡았다.

변호인단의 손범규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내일(21일) 검찰 출두에 즈음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준비한 메시지가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조사에는 유영하(55) 변호사와 정장현(56) 변호사가 입회할 것이라고 손 변호사는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1일 오전 9시쯤 서울 삼성동 자택을 나서 청와대 경호실이 제공하는 차량에 탑승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 생각해 시위 자제를” - 20일 오전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에 인접한 서울 삼릉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 학부모들이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어린이보호구역 밖에서 시위해줄 것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박 전 대통령 자택 인근을 행진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민께 송구… 성실히 조사 임하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1일 서울중앙지검 청사 중앙 현관 앞 포토라인에 서게 된다. 삼성동 자택 앞이나 포토라인에서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들어선 뒤 13층에 있는 검사장실에서 이영렬 중앙지검장 등과 간단한 티타임을 갖는다. 검찰은 '경호상의 이유'를 들어 박 전 대통령이 조사받을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특수1부가 있는 청사 10층에서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당초 영상 녹화와 녹음시설이 있는 영상녹화조사실을 조사 장소로 검토했으나 공간이 3~4평으로 비좁고 창문도 없어 다른 조사실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각각 7~8평 규모의 일반 조사실 2곳을 활용해 하나는 조사에 사용하고, 나머지 한 곳은 변호인 대기실 및 휴게실로 활용할 방침이다. 조사실에는 녹음·녹화시설을 들였고, 휴게실에는 소파와 정수기 등을 들여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사 때 박 전 대통령의 호칭에 대해서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전직 대통령 조사 사례 등에 비춰보면 '박 전 대통령님께서는~'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검찰 주변의 관측이다. 굳이 호칭이 필요치 않은 부분에선 호칭 없이 질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검찰이 작성하는 피의자 신문조서에는 '피의자는~'이라고 기록된다.

검찰은 최순실씨나 안종범 전 수석 등과 박 전 대통령을 대질 조사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순실씨의 경우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이어서 효과가 없고, 안 전 수석의 경우도 대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선 "박 전 대통령은 조사 과정에서 두 개의 관문(關門)을 통과해야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검찰이 그동안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핵심 물증인 '안종범 수첩'과 '정호성 녹음 파일'을 무기로 박 전 대통령을 압박할 것이라는 얘기다. 안종범 수첩 56권에는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독대(獨對)하면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을 요구한 과정 등이 빼곡히 담겼다. 검찰 수사는 물론 헌재의 탄핵심판에서도 거기 적힌 내용 대부분이 사실로 인정됐다. 검찰 안팎에서 "안종범 수첩은 사초(史草)나 진배없다" "박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건 사실상 안종범 수첩"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호성 녹음 파일 236개에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를 보여주는 정황, 정부 기밀 문건 47건이 최씨에게 유출되는 과정 등이 담겼다.

이 녹음 파일들은 지난해 검찰이 정 전 비서관의 집에서 압수한 휴대폰 8대와 태블릿PC 1대에서 나왔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박 전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과 공모해 청와대 비밀 문건을 최씨에게 넘겼다며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박 전 대통령 조사는 자정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만약 신문이 밤 10~11시쯤 끝나더라도 조서를 열람하는 시간을 포함하면 그 2~3시간 뒤에야 최종적으로 조사가 마무리될 수 있다"고 했다.

21일 오전부터 서울중앙지검 주변에선 박 전 대통령의 지지 단체와 반대 단체의 집회가 동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