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태우 기자] 점차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이 연일 미 언론의 호감을 얻어가고 있다. 첫 외야 수비에서도 송구는 괜찮다는 평가가 나왔다.

황재균은 18일(이하 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경기에서 드넓은 외야로 나갔다. 황재균은 8회초 좌익수로 교체 출전해 2이닝 동안 좌익수 수비를 소화했다.

좌익수 자리는 황재균에게 분명 낯설다. 황재균은 KBO 리그 시절 유격수와 3루수, 1루수는 소화한 적이 있다. 자신에게 어려운 자리는 아니다. 그러나 외야로 1군에 나선 경험은 없다. 그러나 황재균은 샌프란시스코 25인 로스터 진입을 위해 본 포지션인 3루와 1루는 물론 좌익수로서도 수비 훈련을 했다.

아주 급박한 타구가 오지는 않았지만 첫 경기는 무난하게 마무리했다. 8회 무사 1,3루에서는 가노의 뜬공을 잡아 태그업하는 주자를 잡기 위해 홈으로 힘차게 공을 던졌다. 공은 비교적 정확하게 포수 글러브에 들어갔으나 주자는 이미 홈을 통과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현지 언론은 이 하나의 플레이로도 높은 평가를 내렸다. 지역 언론인 ‘산호세 머큐리 뉴스’는 경기 후 “애런 힐, 고든 베컴, 크리스마레로, 그리고 황재균은 특별 인스트럭터인 코디 로스로부터 몇몇 조언을 얻으며 외야 뜬공 훈련을 했다”고 설명하면서 “황재균은 이날 경기에서 좌익수 데뷔전을 치렀으며, 홈 송구 당시 강력한 어깨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황재균은 KBO 리그에서 어깨가 강한 3루수로 평가됐다. 낙구 지점 포착, 펜스 플레이 등 그간 해보지 않은 동작들이 어려울 수 있지만 송구 자체는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외야수로의 전업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비상시 뛸 수 있을 정도로의 기량만 과시해도 된다. MLB는 KBO 리그에 비해 등록 로스터 인원이 적어 백업 선수들의 복수 포지션 소화 능력이 중요하다.

한편으로 ‘좌익수 소화’는 황재균의 팀 내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취약 지점을 굳이 뽑자면 좌익수이기 때문이다. 이번 캠프에서도 몇몇 선수들이 경쟁하고 있다. 한때 에두아르도 누네스가 외야로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브루스 보치 감독은 최근 누네스의 포지션을 3루로 못 박았다. 대신 다양한 선수들을 좌익수로 시험할 가능성이 높다.

황재균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터뜨리는 등 그간 샌프란시스코가 목말랐던 ‘장타력을 갖춘 백업 선수’로서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를 넘어 ‘장타력을 갖춘 내·외야 복수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백업 선수’가 된다면 25인 등록 가능성은 한결 더 높아진다.

현지 언론에서는 기존 선수들의 계약 문제 탓에 황재균이 트리플A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리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사안은 아니다. 또한 개막 로스터에 들지 못했다 하더라도 시즌은 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황재균이 좋은 출발을 알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