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경선 후보가 주말인 18~19일 하루 차이로 대구를 찾는다. 두 당의 유력 주자인 홍·유 후보가 보수의 텃밭이라는 대구·경북(TK) 지역에서 보수 진영 대표 후보 자리를 놓고 격돌하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야권(野圈) 주요 후보들의 TK 지역 지지율 합이 60%를 넘나들고 있다. 홍·유 후보 중 누구에게 TK 표심이 갈 것이냐는 대선은 물론 앞으로 있을 수 있는 보수 후보 단일화나 제3지대 후보 단일화에 중요 변수다.

홍 후보는 18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지지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선 출정식을 한다. 현직 경남지사인 홍 후보는 '보수 진영 대표 주자'를 내걸고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를 출정식 장소로 택했다. 출정식에는 TK 지역 한국당 의원 10여 명도 참석한다고 한다. 특히 서문시장은 박 전 대통령이 과거 대선 후보 시절이나 재임 중 정치적 고비 때마다 자주 찾았던 곳이다.

홍 후보 측 관계자는 "홍 후보는 고향은 경남(창녕)이지만 초·중·고교를 대구에서 다녔다"며 "홍 후보가 대통령 탄핵 사태로 마음 둘 곳을 잃은 보수 진영의 대안 주자란 점을 부각시킬 것"이라고 했다.

유 후보는 일요일인 19일 대구를 찾아 주민들을 만난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 이후 첫 대구 방문이다. 유 후보는 대구 계산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지역 언론인, 대학생들과 잇달아 간담회를 한다. 이어 바른정당 대구시당 당직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팬클럽 회원들도 만난다.

대구 동구을을 지역구로 둔 유 후보는 지난해 12월 탄핵 국면에서 '보수 혁신'을 내걸고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탄핵 반대 여론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 지역에서 고전해왔다. 유 후보 측 관계자는 "이제 보수 혁신을 통해 진짜 보수를 재건하는 데 TK가 앞장서 달라고 호소할 것"이라고 했다.

홍·유 후보가 앞다퉈 TK 민심 공략에 나섰지만 정작 이 지역 민심은 흔들리고 있다. TK 지역 유권자는 지난 2012년 대선 때 박 전 대통령에게 80%가 넘는 득표율로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탄핵 국면에서 보수 대안 주자로 거론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잇달아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TK 지역 보수층은 진공 상태에 빠졌다. 이와 관련해 17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TK 지역의 야권 주자 지지율 합은 63%였다.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후보 26%, 문재인 후보 21%,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9%, 민주당 이재명 후보 7% 등이었다. 조사가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 선언(3월 15일) 이전인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실시돼 황 권한대행(15%)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는데도 야권 주자들이 압도한 것이다.

홍·유 후보 측도 "TK 민심이 보수 진영에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다만 홍 후보 측은 "황 권한대행 불출마 이후 보수 유권자들이 대중 인지도가 있는 홍 후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했다. 홍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을 넘어서야 한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나 친박 세력에 대한 과도한 공격을 자제하는 것도 이 지역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반면 유 후보 측은 "TK 지역의 야권 후보 지지도 합이 60%를 넘는다는 것은 유권자들이 보수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유권자들에게 박 전 대통령에게 묶여 있을 것인가, 새로운 보수로 나갈 것인가를 선택해달라고 요구해 정면 돌파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