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종합편성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 TV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촛불 정국에서 문 후보의 태도 변화를 놓고 충돌했다. 이재명 후보가 "촛불 집회 과정에서 문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 거취를 놓고 수차례 입장을 바꿨다"고 하자 문 후보는 "정치는 흐르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는 흐르는 것" "상황 따라 입장 바꿔"
이 후보는 이날 "문 후보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거국 중립 내각, 2선 후퇴, 명예로운 퇴진을 말했다가 결국 탄핵을 얘기했고 이후에는 '탄핵이 안 되면 혁명'이라고 했다가 '승복해야 한다'고 했다"고 했다. 문 후보가 "시종일관 촛불 민심과 함께해왔다고 생각한다"고 하자 이 후보는 다시 "입장이 바뀐 거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문 후보는 "정치는 흐르는 것이고 상황도 흐르는 것"이라며 "촛불 집회를 정치가 주도하려 해서는 안 되며 촛불 민심을 따라가는 게 정치가 할 도리"라고 했다.
토론회 직후 이 후보는 "문 후보가 '정치는 원래 그런 것'이라 말했는데 정치에서는 지도자의 철학과 신념이 정말 중요하다"며 "국가 지도자가 상황에 따라 태도와 입장이 바뀌면 국민은 혼란스럽고 불안하다"고 했다. 그러자 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정치는 흐르는 것'이라는 메시지는 문 후보가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민의를 따르자는 정치관의 표현"이라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난에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했다.
안희정 후보도 문 후보의 '통합 능력'에 대한 공격을 계속했다. "문 후보 통합의 리더십에 문제 제기가 많다"며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가 개혁에 반대했다고 하셨었는데 어떤 개혁을 반대했느냐"고 했다. 문 후보는 "혁신에 대한 생각이 달랐는데, 밀실에서 공천의 몫을 나누는 식의 정치 문화를 끊어내고자 하는 움직임에 반대가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동지들에 대해 반(反)혁신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나와 함께하면 예쁘고 반대편에 있으면 그렇지 않다는 식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성 후보도 "호남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지지를 해줬는데도 문 후보가 무엇을 해줬는가에 대한 회의가 존재한다"고 했다.
◇文 "탄핵 불복 세력과 연정 안 돼"
안 후보가 주장하는 대연정에 대한 후보들 간 인식 격차는 여전했다. 안 후보는 "개혁 과제에 동의한다면 어느 당과도 힘을 모아서 정부를 운영하고 이끌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자유한국당과 대연정을 하면 적폐 청산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후보는 "적폐 세력과 손잡겠다는 건 국민에 대한 '대배신'이자 '대야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가 "탄핵 가결 당시 230여석의 압도적 의석을 모아본 적이 있지 않냐"며 "의회를 통한 국민들의 힘을 다음 국가 개혁 과제에 모아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문 후보는 "국정 운영을 하면서 야당과도 대화하고 협치해야 한다는 기본 방향에 이의가 없고 대연정이 필요한 시기가 올지 모른다"면서도 "적어도 지금 탄핵 불복 세력과의 대연정은 시기상 맞지 않는다"고 했다.
문 후보와 이 후보는 법인세 증세 여부를 놓고도 맞붙었다. 이 후보가 "문 후보가 '법인세는 맨 마지막에 증세하겠다'고 하시는데 '재벌 비호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고 하자 문 후보는 "저는 고소득자 세 부담을 먼저 늘리고 법인세 실효세율도 높여본 다음 부족하면 국민 동의를 받아 법인세 증세로 가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신상을 둘러싼 공방도 거세졌다. 최 후보가 이 후보의 논문 표절 사건을 지목하자 이 후보는 "해당 대학에서 논문 표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달라"고 했다. 이 후보는 최 후보가 음주운전 전과를 문제 삼자 "민간인일 때 수십년 전 벌어진 일"이라며 "오바마(전 대통령)도 마약사범이었다"고 말했다. 또 최 후보가 지난 14일에 이어 안 후보가 지난 2003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년간 복역한 사실을 다시 언급하자 안 후보는 "제가 안고 가야 할 정치적 흠결이다. 당의 존경하는 동지가 그 사실로 또 나무라고 공격하니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