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첫 방한(訪韓)의 첫 일정으로 남북 대치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택했다. 17일 오전 10시 10분쯤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한 틸러슨 장관은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이충면 외교부 북미심의관의 영접을 받았다. 그리고 곧바로 블랙호크(UH-60) 헬기로 옮겨 타서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부대 '캠프 보니파스'로 향했다. 1976년 미루나무 가지치기를 둘러싸고 남북 갈등이 빚어져 미군 장교 2명이 북한군에게 살해당하는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이 발생한 부대다. 이날도 틸러슨 장관이 브룩스 사령관과 임호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의 안내를 받아 판문점을 돌아보는 동안, 북한군이 틸러슨 장관의 사진을 찍는 모습이 포착됐다.

오산서 바로 블랙호크 타고 DMZ로 -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7일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의 안내를 받으며 비무장지대(DMZ)로 향하는 UH-60 헬기에 탑승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방한(訪韓) 첫 일정으로 DMZ 방문을 택했다.

미국 고위 인사들의 DMZ 방문은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북한에 '무언의 경고'를 보내는 상징적인 일정이다. 2010년 7월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함께 DMZ를 방문했고, 2012년 3월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DMZ에서 "자유와 번영의 견지에서 남북한만큼 분명하고 극명하게 대조되는 곳은 없다"고 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비무장지대(DMZ) 캠프 보니파스 식당 벽돌에 “Thanks for your service to us all!(우리 모두를 위한 여러분의 복무에 감사합니다)”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틸러슨 장관은 부대 식당에서 JSA 경비대대 소속 한·미 장병들을 격려하며 점심을 함께하고, 방문자들이 방명록처럼 메시지를 남기는 벽돌 벽에 "Thanks for your service to us all!(우리 모두를 위한 여러분의 복무에 감사합니다)"란 글을 남겼다. 특히 'All(모두)'에 밑줄을 그어 한·미가 하나임을 강조했다. 이어 판문점에서 건너편의 북한 지역을 바라보며 브리핑을 받았고,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는 기념사진도 촬영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오후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DMZ를 가보니 한국민들에게는 매일매일이 (1962년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 일촉즉발 상황에 갔던) 쿠바 미사일 위기라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오후 4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예방하고 오후 5시 20분부터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1시간 20분간의 공식 회담을 했지만, 만찬은 하지 않고 별도 일정을 가졌다. 방한 회담 뒤에는 통상 오·만찬이 있고 전날 도쿄에서 틸러슨 장관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과 회담 뒤 만찬을 함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과 달리 엄중한 상황이 실제 벌어지는 한반도에서 직접 현장을 보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