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자를 두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뒤, 이를 까맣게 모르는 약혼자와 그대로 결혼한 여성이 혼인을 취소당하고 위자료까지 물어주게 됐다.

부산가정법원 가사5단독 박상현 판사는 20대 부부인 A(여)씨와 B씨의 혼인을 취소하고, A씨가 남편 B씨와 그 부모에게 총 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014년 또래 나이의 B씨와 교제를 시작했고, 2015년 9월쯤에 결혼을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웨딩박람회 참가 신청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혼 약속 후 A씨는 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문제로 B 씨와 말다툼을 했다. A씨는 다툼 직후 다른 남성과 늦게까지 술자리를 하다가 성관계를 가졌고, 그 남성의 아이를 임신했다.

며칠 뒤 A씨와 B씨 두 사람은 화해했다. 둘은 웨딩박람회에 함께 참석했고, 휴가를 가서 잠자리를 가지기도 했다.

이후 A씨가 임신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같은해 10월 A씨는 뱃속의 아이가 자기 아이라고 믿는 B씨와 서둘러 혼인신고를 했다. 그런 뒤 결혼식도 올렸다. A씨는 이듬해 출산했다.

문제는 태어난 아기의 혈액형이 두 사람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라는 점이었다.

A씨는 뒤늦게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해서 생긴 아이라고 밝히며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B씨는 법원에 혼인 취소 소송을 냈다.

박 판사는 B씨의 요구대로 혼인 취소를 선고하며 "A 씨는 남편 B 씨에게 위자료 3000만원을, B 씨 부모에게 각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박 판사는 "A씨는 B씨와 결혼을 전제로 교제 중임에도 다른 남자와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했다"며 "며칠 뒤 B씨와 성관계를 했더라도 자신이 임신한 아이가 B씨 친자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A 씨에게 친자를 임신했다고 말해 두 사람이 급히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A 씨에게는 임신한 아기가 B 씨가 아닌 다른 남성의 아기일 수도 있다는 것을 B 씨에게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혼인취소 사유가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