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콘(왼쪽), 피터 나바로.

[메르켈 "뮌헨엔 아이폰 많지만 뉴욕엔 독일차 많지 않아"]

미국 백악관 내에서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이끄는 보호무역주의 세력과 골드만삭스 출신인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중심의 온건 자유무역주의파 간에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내전의 양상은 게리 콘 NEC 위원장의 우세로 기울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최근 독일이 유로화 가치를 큰 폭으로 절하해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 발언이 독이 됐다고 됐다고 FT는 지적했다. 다음 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미국 방문과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이 발언 때문에 미국과 독일 간에 심각한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을 콘 위원장이 지적하며 공격했다는 것이다.

콘 위원장이 최근 NEC 내 국제무역 부문 대통령 특별보좌관으로 자유무역주의자인 앤드루 퀸을 임명한 것도 자유무역주의자들의 우세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사라고 FT는 전했다. 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탈퇴를 선언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수석 협상가를 맡았던 인물이다. 그가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이 변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강경 보호무역론자들의 입지 약화는 무역 상대국들에는 희소식이다. 유럽의 한 관료는 "나바로 위원장이 갈수록 소외되는 것처럼 보여 이전보다는 덜 걱정스럽다"고 했다. 외국 관료들이 통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나바로 위원장보다 콘 위원장과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등을 더 찾는 징후도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미국 최대 노동조합인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의 간부 출신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통령 제조업 자문위원에 지명된 디아 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월가 출신들이 내전에서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월가는 미국의 무역 정책이 이전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기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