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학도 중퇴했고 아줌마라서요? 회사 입장에선 돌봐야 할 가정도 없고 나이도 어린 직원이 저 같은 아줌마보단 다루기 쉬울 거라고 판단하신 거겠죠."

KBS2 월화 드라마 '완벽한 아내' 주인공 심재복(고소영)의 처지는 정규직 전환 심사에서 탈락한 뒤 인사 담당자에게 쏟아낸 이 대사에 요약돼 있다. 그는 정직원 될 날만을 기다리는 법률 사무소 수습 직원이면서 두 아이의 엄마이고, 바람피우는 남편 때문에 속 끓이는 아내이기도 하다.

심재복이 두 번이나 '아줌마'를 강조했듯, 이 작품은 이른바 '줌마미코'를 표방한다. '아줌마'와 '미스터리' '코믹'을 합쳐 만든 단어다. 일과 가정의 무게로 고민하는 아줌마 이야기를 실감 나게 그리면서 웃음과 스릴까지 잡겠다는 야심 찬 시도다.

웃음과 스릴, 두 마리 토끼 잡기

1990년대 X세대를 상징하는 청춘 스타였던 고소영은 10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하면서 획기적 변신을 시도했다. 본인 표현대로 '집에서도 스테이크만 먹을 것 같은' 차가운 도시 여성 이미지를 벗었다. 고무장갑 끼고 음식 쓰레기통 비우고, 게임에 빠진 사춘기 아들에게 고래고래 악쓰는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 모습을 보여준다.

시청자 반응은 아직 고소영이란 이름에 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1회 시청률 3.9%(닐슨코리아)로 시작해 지난주 4회까지 5% 내외를 오갔다. 20%대 중반인 '피고인'(SBS), 10% 안팎인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MBC) 등 동시간대 경쟁작에 밀린다.

세를 들자니 집주인이 옛 애인 내외이고, 다른 집을 구하자니 초등학생 아들이 전학 가기 싫다며 대든다. 드라마‘완벽한 아내’에서 심재복(왼쪽)이‘그냥 세들어 살라’는 자기 마음속 목소리를 들으며 고민하는 장면.

[마흔여섯 고소영의 '아줌마 수다']

초반부는 코믹에 중점을 두고 출발했다. 심재복이 남편의 불륜 상대를 뒤쫓아가 머리채를 붙잡는 순간 머리카락이 한 움큼 뽑혀 나가는 장면이 느린 동작으로 나오고, 둘이 벌이는 육탄전도 만화처럼 그려진다. 5회부터는 심재복이 셋집 주인 이은희(조여정)의 계략에 휘말려 살인 누명을 쓰면서 미스터리 비중이 커질 예정이다.

웃음과 스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문제는 그다지 웃기지도 않고, 둘 사이 연결도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웃음 포인트로 만든 장면이 너무 과장돼 있어 혼자 보는데도 괜히 멋쩍었다"(채민기 기자)거나 "사이코패스를 암시하는 이은희의 등장이 섬뜩하게 호기심을 잡아당기지만 드라마 정체성은 오히려 모호해지는 느낌"(김윤덕 기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워킹맘으로 돌아오는 여배우들… 흥행은 고전

'완벽한 아내'는 톱스타 여배우가 드라마 복귀작으로 워킹맘(일하는 엄마) 역할을 선택하는 최근 흐름을 따르고 있다. 지난해 김하늘이 '공항 가는 길'(KBS)로 4년 만에 드라마에 돌아왔고, 올 초 이영애는 지금 방영 중인 '사임당 빛의 일기'(SBS)로 13년 만에 복귀했다. 일하는 엄마와 여성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도 활발하게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드라마는 시청률에서 고전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신사임당을 조선시대 워킹맘으로 묘사한 '사임당'은 시청률 9~10%대에 머물며 '김과장'(KBS)에 밀리고 있다. '공항 가는 길'도 워킹맘의 애환을 섬세하게 그렸다는 호평은 받았지만 한 자릿수 시청률을 넘어서지 못했다.

워킹맘들은 "현실감이 부족하거나 지나치게 사실적이어서"라고 분석한다. 워킹맘 최수현 기자는 "공감 가는 장면에서 무릎을 치기도 하지만 힘들고 피곤한 일상을 드라마에서까지 확인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반면 김윤덕 기자는 '완벽한 아내'가 "무능한 데다 바람까지 피우는 남편을 복싱으로 흠씬 두들겨 패는 장면에서 속 시원하면서도 뭉클했다"며 "김하늘표 아줌마와는 또 다른 매력의 고소영표 아줌마를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