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단체들이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축제 분위기 속에서 '촛불 승리'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촛불 집회를 이날로 일단 마무리 짓기로 했다. 당연한 일이다. 뜻대로 대통령 탄핵이 됐으니 계속 집회를 가질 이유가 없다. 대통령 탄핵이란 국가적 불행을 두고 '승리'니 '축제'니 하는 것도 사려 깊지 못한 행태다.

촛불 단체들은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70여개 천막도 치우길 바란다. 광화문광장은 거대 천막촌처럼 변해버렸다. 흉물도 이런 흉물이 없다. 원래 있던 세월호 단체의 14개 천막 외에 11월 초부터 2~3인용 텐트에서부터 수십 명이 들어가는 대형 천막에 이르기까지 가지각색 천막들이 설치됐다. 난민수용소도 아니고 서울 한복판이 이 무슨 몰골인가. 천막 주변으론 누구를 감방으로 집어넣으라거나 누가 누구 피를 빨아먹었다는 식의 쇳소리 구호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

오랏줄에 묶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대통령 직무대행,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등의 커다란 모형 인형을 세워놓고 이마에 빨간 글씨로 '구속'이라는 종잇장을 붙여놨다. 사진 인형들이 갇힌 철제 감옥도 있다. 최순실 사건만 아니라 통진당과 각종 노사 분규, 원자력과 4대 강까지 아무 연관성 없는 플래카드들도 걸려 있다. 그릇 찌그러진 것들과 식판들을 걸어놓고는 '방 빼' 같은 글씨들을 예술 작품이라도 되는 것처럼 써놓은 것들도 있다.

많은 국민이 탄핵을 바랐지만 이런 행태를 원한 것은 아니다. 시민과 관광객들이 이 광경에 혀를 찬 지가 벌써 몇 달째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이제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세월호 천막도 이제는 걷어야 한다.

승리했다고 축제를 벌인 쪽이 먼저 천막촌을 없애야 900m 떨어진 태극기 단체 천막 40여개도 철거하라고 할 수 있다. 두 광장의 천막 모두 불법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 양쪽 가운데 태극기 천막에 대해서만 치우라고 요구했다. 누가 봐도 편파적이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천막들을 걷어낸 다음 태극기 천막도 치우겠다고 나서면 뭐라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