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워싱턴과의 동맹은 우리 외교의 기둥"이라면서 "그러나 한국은 미국에 '노(No)'라고 말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1일 보도했다. 이 부분이 논란이 되자 어제 문 전 대표 측은 "틀린 맥락은 아니지만 그런 표현을 쓰진 않았다"며 인터뷰 녹취록을 공개했다. 실제로는 "한·미 관계는 더 굳건하게 발전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 관계가 지나치게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문 전 대표가 설령 '노(No)'라는 표현을 사용했더라도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아무리 동맹이라도 의견이 다르면 우리 주장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마치 미국에 대해 예스(Yes)만 했던 정부가 있었던 듯 말하고 있다. 그런 정부는 없었고 사실 있을 수도 없다. 문 전 대표가 그렇게 비난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조차 미국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중국 천안문 망루에 올랐다. 우리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줬고 지금도 주고 있는 미국에 대해 이상하게 꼬인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이 그런 주장을 계속해왔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단호하게 '노'라고 해야 할 문제가 분명히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북한 동포 인권 말살, 유엔 대북 제재 위반 등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우리 주권을 무시하는 중국의 사드 간섭도 허용할 수 없다. 일본의 과거사·독도 도발도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미국의 불합리하고 도를 넘은 통상 압박에도 '노'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한·미 간 합의를 거쳐 배치·가동의 막바지 단계에 와 있는 사드, '최종'이라고 국가 간에 합의·서명한 한·일 위안부 합의를 뒤늦게 거부한다면 동맹 갈등과 국제 신뢰 상실이라는 심각한 국익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대미(對美) 자주파'와 '한·미 동맹파'로 갈려 서로 싸우다 한·미 관계를 불필요하게 악화시켰다. 문 전 대표는 당선되면 즉각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고 했다. 김정은의 숨통을 열어줘 바로 유엔 제재 위반 논란이 벌어질 것이고 한·미 간에도 심각한 이견이 노출될 것이다. 김정은이 가장 반길 상황이다. 문 전 대표는 이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많은 국민은 문 전 대표가 미국을 상대로 '노'라고 해선 안 될 것을 '노'라고 하고, 북한·중국을 향해선 반대로 '노'라고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