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데, 더 설명할 방법이 없네…”

최근 법조계에서는 ‘혁신의 길목에 선 우리의 자세’라는 제목의 강민구(59·사법연수원 14기) 전 부산지방법원장의 고별 강연 유튜브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동영상 강연에서 클라우드 기반의 ‘구글 드라이브', ‘구글포토', ‘에버노트', ‘구글보이스’ 등을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법원인사에서 법원도서관장과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국을 총괄하는 최고정보책임자(CIO) 역할을 맡게 된 강 관장은 법조계 ‘IT 혁신 전도사’로 유명하다.

강 관장은 손가락으로 타자를 치지 않고 ‘에버노트’ 애플리케이션(앱)의 음성인식 기능을 활용해 말을 글로 바꾸는 방법을 보여줬고, 구글 번역 서비스를 활용해 매일 독일・프랑스 등 외국어 뉴스를 수십건씩 읽으며 해외 동향을 파악하는 방법도 알려줬다.

고별 강연 영상은 2시간 분량의 길이에도 불구하고 조회수 88만건(3월 8일 기준)을 넘었다. 그는 동영상에서 “수준 높은 재판을 위해 판사들을 타이핑에서 해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디지털 까막눈’이 되지 말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던졌다.

젊은 판사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조언을 스펀지처럼 받아들이는 모습도 보인다. IT 앱을 업무에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 코딩(C언어)을 적극적으로 배우는 경우도 있다. 최근 군 복무를 마치고 판사로 임용된 A씨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틈틈이 코딩 공부를 해왔다. 그는 “C언어를 완벽하게 마스터하진 못하겠지만, 재판할 때 알아듣지도 못하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시간 날 때마다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판사들 사이에서 코딩을 배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가 선택한 앱은 ‘생활코딩(opentutorials.org)’. 생활코딩은 HTML, 자바, 리눅스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프로그래밍 강의를 무료로 볼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 앱이다.

방송통신대학교의 학위 과정을 듣거나 인터넷 무료 사이트를 통해 공부하는 판사도 있다. 최근 판사로 임용된 B씨는 인터넷 무료 사이트로 ‘모든 학생은 컴퓨터를 배울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미국의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코드닷오알지(code.org)나 프로그래밍 언어를 단계별로 실습하며 배우는 코드카데미(codecademy.com) 사이트를 추천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4차 산업혁명의 도전과 응전, 사법의 미래’를 주제로 한 특별대담회를 열었다. 이 행사에는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제4차 산업혁명’의 저자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도 참석해 첨단기술을 활용한 미래 법정의 모습을 예측하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률가를 대체할 인공지능(AI)이 등장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판사들이 많아질수록 법조계의 미래는 밝아지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