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몬스터 등 국산 선글라스 인기… 가성비+개성 앞세워 명품 눌렀다
한국인 얼굴에 맞춘 '코리안 핏'으로 아시아 소비자 공략
가방, 신발 바꿔들듯 선글라스도 구색 맞춰 사는 소비자 늘어

젠틀몬스터는 최근 할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튼과 협업을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6일 롯데면세점 본점. 사드 여파로 국내를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이하 유커)들이 부쩍 줄었지만, 이 매장만큼은 유커들로 북적였다. 바로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다.

수입품에 밀려 안경원 한쪽으로 밀려났던 국내산 선글라스가 가성비와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워 인기를 얻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선글라스의 매출은 전년보다 200% 이상 급증했다. 반면 수입 선글라스의 매출은 마이너스 신장에 그쳤다. 절대 매출은 해외 브랜드가 높지만, 국내 브랜드의 성장세는 이들을 위협할 만큼 가파르다.

김시환 롯데백화점 수석 바이어는 “명품이 주도하던 선글라스 시장에 디자인과 컨셉을 내세운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의 영향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과거 명품 선글라스가 100%를 차지했다면, 지금은 명품과 국내 브랜드의 비중이 7:3 정도”라며, “올해도 국내 선글라스의 활약이 예상됨에 따라 롯데백화점 본점에 스테판 크리스티앙, 피터패트 등 국내 선글라스 브랜드를 새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 젠틀몬스터 등 국산 선글라스 인기… 가성비+개성 앞세워 명품 눌렀다

국내산 선글라스의 흥행 돌풍을 일으킨 주역은 젠틀몬스터다. 2011년 론칭한 젠틀몬스터는 론칭 5년 만인 지난해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배우 전지현이 쓰고 나와 주목을 받은 이후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입소문이나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브랜드는 작년 롯데백화점 본점(1~9월 기준) 매출 순위에서 샤넬, 까르띠에 다음으로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면세점 본점 젠틀몬스터 매장, 사드 후폭풍으로 유커의 발길이 줄었지만 여전히 손님들로 북적인다.

젠틀몬스터는 명품 선글라스에 뒤지지 않는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 독특한 컨셉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젊은이들의 지갑을 열었다. 후드바이에어, 오프닝세레모니 등 유명 패션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헐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튼과 협업을 진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후발 주자인 베디베로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매출이 2015년 대비 150% 신장한 데 이어, 비수기인 지난 2월에도 매출이 전년 대비 200% 올랐다. 이탈리아산 최고급 소재를 사용하고 20~30만 원대 초반의 가격을 내세웠다. 유이, 고준희, 이종석 등을 뮤즈로 선정해 빠르게 안착했다.

국내 선글라스 브랜드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가성비’ 트렌드의 확산에 있다. 30~40만 원대인 수입 제품보다 국내산 제품은 10~20만 원대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게다가 한국인의 얼굴을 고려한 ‘코리안 핏’을 내세워 착용감이 우수하다.

비싼 명품 선글라스를 써도 태가 안 나 실망한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서양인의 얼굴을 기준으로 제작된 선글라스는 골격이 다른 한국인들에게는 어울리기 어려웠다. 이를 보완해 국내 브랜드들은 넓은 얼굴과 광대를 보완하는 오버사이즈 프레임에 코 패드를 높여 선글라스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했다. 이러한 디자인은 비슷한 얼굴형을 지닌 아시아인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트렌디한 디자인도 강점이다. 수입 브랜드의 발주는 대개 1년 반 전에 이뤄진다. 즉 2017년 봄/여름에 매장에 내놓을 제품을 2015년 말에 주문하기 때문에 트렌드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반면 국내 제품은 시즌에 맞춰 소량∙반응 생산하기 때문에 트렌디하고 개성이 강하다.

국내 선글라스 업체들은 한류 스타를 모델로 기용해 국내외 인지도를 빠르게 확대해 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방과 신발을 바꿔 들듯 선글라스도 스타일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패션 액세서리로 인식이 바뀌었다. 값비싼 명품 선글라스 하나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의 패션 선글라스를 다양하게 구매하는 패턴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 세계 2위 사필로 국내 직진출 철수… 사드 후폭풍 감지, 해외 시장에서 활로 찾아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의 약진에 따라 기존 수입 업체들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2007년 국내 직진출한 세계 2위 아이웨어 업체 사필로는 지난해 12월 국내 유한회사를 철수하고 시원아이웨어에 국내 전개권을 넘겨줬다. 명품 선글라스를 수입 유통하는 A 업체의 경우 지나친 재고떨이 행사로 인해 수입 사업 포기설이 돌고 있다.

국내 선글라스 브랜드들은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되는 3월을 전후해 신상품을 내놓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사드 후폭풍을 피해갈 순 없을 듯 하다. 유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젠틀몬스터의 경우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젠틀몬스터 매출은 작년 이맘때만 해도 하루 1억5천만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지금은 일평균 1500~2000만 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며 “오는 15일부터 시행되는 중국의 금한령(한국관광 금지조치)에 따라 매출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젠틀몬스터 측은 “면세점 단독 매장 오픈에 따라 백화점 고객들이 면세점으로 이동한 결과다. 면세점 매출은 오히려 올랐다”고 설명했다.

작년 9월 오픈한 젠틀몬스터 베이징 매장은 월평균 15억 원대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업체들은 해외 진출로 활로를 찾고 있다. 대부분 신생 브랜드지만 론칭 초부터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면세점 입점과 세계적인 아이웨어 박람회 참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젠틀몬스터는 뉴욕, 중국, 홍콩 등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작년 오픈한 베이징과 상하이 매장의 경우 월평균 15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미국 LA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다.

베디베로는 중국, 홍콩, 대만, 스페인, 미국 등 전 세계 23개국 편집숍에 입점해 있다. 올해는 뉴욕과 LA에 진출하고 할리우드 스타 마케팅을 진행해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또 글로벌 이커머스 사업을 추진해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카린은 중국 베이징과 하난의 직영매장을 비롯해 아시아, 유럽, 미국 등 22개국 편집매장과 수출계약을 맺었다. 홍콩, 중국, 싱가포르 등에 진출해 있는 스테판 크리스티앙은 지난해 홍콩 럭셔리 백화점 레인 크로포드에서 아이웨어 매출 1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