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이라는 현대의 마법이 무르익기를 기다렸던 것 같다. 1991년작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다시 만들어낸 영화 '미녀와 야수'에 디즈니는 '신데렐라'(2015)와 '정글북'(2016) 등 동화를 실사영화로 옮기며 쌓아올린 기술력을 작심한 듯 쏟아붓는다. 수십 대의 카메라로 배우의 동작과 표정을 컴퓨터에 저장시키는 페이스 캡처 기술 덕에 노래하고 말하는 털뭉치 야수가 마치 관객 코앞에서 숨 쉬는 인간처럼 느껴진다. 할리우드 A급 배우와 제작진을 총동원한 것은 당연한 일. 음악은 더 세련됐고, 춤·노래는 더 화려하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당돌한 마법 소녀 '헤르미온느' 에마 왓슨(27)은 아버지 대신 야수의 성에 갇히는 착하고 어여쁜 딸 '벨'이 됐다. 더 독립심 강하고 더 모험심 많은 현대적 여성 캐릭터지만, 노란 드레스를 차려입고 야수와 춤출 때면 만화영화 속에서 걸어나온 듯 동화보다 더 동화 같다〈캐릭터 사진〉.
◇연기·노래·CG '3박자'가 척척
17세기 프랑스 동화 '미녀와 야수'의 드라마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디즈니는 어설픈 재해석 대신 원작의 뼈대를 유지하되 화려함과 깊이를 더하는 정공법을 택한다. 관객을 공략하는 무기는 캐릭터와 한 몸이 된 듯한 배우들의 호연, 20세기 초반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 황금기를 떠올리게 하는 군무(群舞)와 노래, 그리고 상상을 현실로 바꿔내는 첨단 기술이다. '야수' 역의 영국 배우 댄 스티븐스는 "유리로 된 방 안에 앉으면 20여개의 카메라가 내 모공까지 따내려는 듯 찍어댔다.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컴퓨터로 옮기는 페이스 캡처 기술이 이렇게 집중적으로 사용된 건 처음이라 들었다"고 했다. 야수 역의 스티븐스는 새로 삽입된 노래 '영원보다 더'(Evermore)를 부르는데, 외신들은 벌써 "내년 오스카 주제가상은 따놓은 당상"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벨'에게 구애하는 자아도취적 마초남 '가스통'은 액션 배우로 유명한 루크 에번스가 맡았다. "가스통을 연기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시사주간지 타임)는 평. 노래와 춤으로 마을 사람들을 휘어잡는 선술집 장면 등에서 특히 빛난다. 마법에 걸린 시계 '콕스워스'는 영화 '반지의 제왕'의 마법사 간달프였던 이언 매켈런, 촛대 '르미에' 역은 이완 맥그리거, 찻주전자 '미세스 팟' 역은 에마 톰슨 등이 맡아 목소리 연기에 캐스팅된 배우들의 면면도 블록버스터급이다.
◇더 세련된 이야기와 볼거리
상영 시간은 129분으로 만화영화(85분)에 비해 40여분 늘었다. 벨의 어머니 이야기가 추가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순진한 시골 처녀 같던 '벨'의 캐릭터에 더 풍성한 입체감을 부여할 뿐 아니라 '야수'와 서로 이해하게 되는 과정에 설득력도 더한다. 둘 사이 감정이 깊어지며 잿빛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성(城)의 나무에 조금씩 푸른 잎이 돋아나는 등 세부 묘사가 강하다. 성장(盛裝)한 야수와 눈부신 노란 드레스를 입은 '벨'이 함께 춤추는 둘만의 무도회 장면은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실사영화에서도 가장 아름답다. 에마 왓슨은 "30일간 연습하고, 사흘 동안 찍었다"고 했다. 마지막 야수와 가스통의 결투 액션 등 새로운 볼거리도 풍성하다.
1991년 오스카 주제가상을 받았던 유명한 주제곡 '미녀와 야수'는 젊은 층에 인기 높은 신예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와 '라라랜드' 출연으로 우리 관객에게도 익숙한 존 레전드가 듀엣으로 불렀다. 주제가 원곡을 불렀던 가수 셀린 디옹은 이번 영화 엔딩 곡으로 참여했다. 16일 개봉, 전체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