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동해 상으로 1000㎞ 이상 날아가는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가능성은 작지만 비슷한 거리를 모두 정상적으로 비행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의도한 목적은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12일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지 22일 만이다.

북한은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9일 5차 핵실험, 올해 2월 13일엔 유엔에서 금지한 신경가스 VX를 사용한 김정남 독살 사건을 일으켰다. 6개월간 핵·미사일·화학무기 3종 세트 도발을 한 것은 세계에서 북 김정은 정권뿐이다. 유엔은 지금까지 국제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 10개의 대북 결의를 채택했지만 북은 전부 무시했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는 "김정은은 핵 개발 완성 시간표까지 정해놓고 핵 질주의 마지막 직선 주로에 섰다"고 했다. 북이 ICBM을 포함한 핵무장을 완성하면 그 이후의 한반도 정세를 얘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만큼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이제 탁상공론은 그만두고 현실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선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의 생각과 전략이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집권이 유력하다는 야권 주자들은 아직도 햇볕정책이라는 동화 같은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벗어나면 지지층이 이탈한다고 한다. 북한은 햇볕론자들을 철저히 이용해서 핵보유국 지위를 노리는 수준까지 왔다. 북핵 6자회담에 참가하면서 비밀리에 농축우라늄 핵개발을 진행하는 식이었다. 햇볕론자들은 북이 핵실험을 하기 직전까지 '북한이 그럴 리 없다'고 장담했다. 문제는 이들이 북의 기만 전략에 완전히 농락당하고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데 있다. 햇볕정책이 지역감정과 결합해 정치 도그마로까지 악화돼 있다. 잘못을 잘못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새롭고 유효한 전략이 나올 수 없다. 만약 야당이 집권하면 김대중·노무현식 햇볕정책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태영호 전 공사가 "대북 제재는 분명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했지만 햇볕정책이 또 김정은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야권 대선 주자들은 유권자들에게 대북 정책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문재인 전 대표는 약속대로 당선 즉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 매년 2억달러가 김정은 수중으로 흘러들어 가게 할 것인지,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갈 것인지,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한다는 북 정권 교체, 전술핵 재배치, 선제타격은 전부 거부할 것인지, 사드는 국회에 넘겨 사실상 철회할 것인지, 북핵·미사일에 대한 군사적 대책은 무엇인지, 유엔의 대북 인권 결의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사전이든 사후든 또 북과 논의할 것인지 등 국민에게 분명히 해야 할 중대한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어물쩍 넘어가려고 해서도 안 되고 국민이 그것을 용납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