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순실(61)씨를 수사하며 느낀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너무 가까웠다고 해야 할까. 아버지(최태민) 때부터 그렇게 인연을 갖고 도와주고 하면…"이라며 "대통령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랬다면 인사 농단 등은 없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간담회에 동석한 이규철 특검보는 박 대통령이 사용했다는 '차명폰'과 관련해 "근거가 확실하다. 발신지를 찍어보면 밤이나 낮이나 위치가 다 청와대 관저(官邸)로 나온다. (대통령이) 외국 순방 갈 때는 쓰지 않았다"고 했다.
박 특검은 "'최순실 사건'은 크게 두 가지 고리가 있는데 하나는 (최씨가) 대통령을 팔아 국정 농단을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경(政經) 유착"이라며 "삼성이나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出捐)한 행위를 축소해서 보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았고 최순실 입장에서 보면 기존의 정경 유착을 활용한 셈"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기업 사건은 이미 틀을 만들어놨다"며 "서울중앙지검과 의견 차이가 있지만 재판 과정에서 조정될 것"이라고 했다.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774억원과 관련해 향후 검찰과 협의를 거쳐 '박 대통령의 강요'가 아니라 '기업들이 뇌물로 준 것'이라는 쪽으로 수사와 공소 유지(재판)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검팀 관계자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수사 뒷얘기도 털어놨다. 이 특검보는 "지난 1월 19일 새벽 첫 번째 영장이 기각되자 수사팀이 격앙돼 '아예 오전에 기소를 해버리자'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했다. 그는 "수사팀을 달래서 보강 수사를 했는데 뜻하지 않은 곳에서 안종범 수첩이라든지 증거들이 딱딱 나와줬다"며 "이제 지나고 나니 수사팀이 '1차 영장 때 구속됐으면 큰일 날 뻔했다. 그냥 그대로 갔다면 무죄 나올 뻔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충근 특검보는 "이 부회장은 밤샘 조사받으면서도 잘 버텼다"며 "젊으니까 짜장면 시켜준 것도 잘 먹었다고 하더라"고 했다.
박 특검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 자택에 압수 수색하러 가보니 이미 인근에 있는 딸 집, 아들 집에 (증거들을) 옮겼기에 찾아가서 예의를 갖춰 '가져온 것만 주십시오' 해서 받아왔다"며 "그런데도 일부 정치권에선 밤 12시에 들이닥쳤다고… 김 전 실장은 내가 '5공(共) 비리' 수사를 할 때 총장으로 모신 분인데 그렇게 했겠느냐"고 말했다. 이 특검보는 "블랙리스트 수사를 하며 문화체육관광부에 압수 수색을 갔더니 '어서 오시라'고 자료를 미리 모아놨더라"며 "공무원들도 윗선에 불만이 많았던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