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대전 서구의 한 인형뽑기방에서 이모(29)씨 등 20대 남성 2명이 2시간 만에 210개의 인형을 뽑은 사건이 벌어졌다. 놀란 업주는 이들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측은 이들에 적용할 수 있는 범죄 혐의가 확실치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조이스틱을 특정한 방식으로 조작해 뽑기 확률을 높였다"고 진술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조이스틱을 4시 방향이나 8시 방향으로 몇 차례 조작하면 오류가 발생해 인형 집는 집게 힘이 강하게 유지된다'는 등의 편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이 스틱이란 상하좌우로 밀거나 당겨서 조작하는 게임용 막대형 입력장치를 말한다.
이들은 경찰 조사 후 인터넷 커뮤니티에 "수년간 뽑기로 탕진 해가며 잘 뽑는 법을 터득했다. 주인의 힘 세팅과 확률조작에 좌우되는 게임"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수차례 게임을 하며 터득한 일종의 '노하우'라는 것이다.
이에 네티즌들은 "게임기를 부수거나 몰래 빼간 것도 아닌데 절도죄가 성립이 되느냐", "확률을 조작한 주인이 오히려 사기꾼 아니냐"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업주는 경찰 조사에서 "29번은 집게 힘이 약하게, 1번은 강하게 집게 힘을 조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30번 시도하면 1번 인형을 집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절도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또 기계의 확률을 조작한 업주에게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형뽑기 너무 잘하면 '절도죄'에 해당?
건국대학교 법학과 손동권 교수는 "극단적인 예로 인형뽑기 기계를 부숴서 인형을 훔쳐가거나 허위 동전을 넣어 인형을 가져갔을 경우 절도죄가 성립하지만 실력으로 뽑았다면 절도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창현 교수도 "조이스틱을 조작하는 편법이 상식 수준을 뛰어넘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정도라면 절도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을 할 때마다 돈을 넣고, 일반적으로 '툭,툭' 치는 정도의 사소한 편법·요령을 이용했다면 절도죄가 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뽑기방 주인이 '확률 게임' 유도하면… "사기죄 성립도 가능"
그렇다면 반대로 뽑기방 주인이 뽑기 확률을 낮추는 조작을 했다면, 처벌 대상이 될까.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 관리 위원회에 따르면 이 업주처럼 인형뽑기 게임기를 임의로 개조해 '확률'을 만드는 행위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엄연한 불법이다. 확률을 조작하면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되는 '사행성 게임물'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따로 정기적인 단속을 하지는 않지만, 경찰에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측에서 단속 지원을 요청한다"며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24시간 신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건국대 손동권 교수는 기계를 조작한 업주에 대해서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해 재산상의 이익을 취했다면 형법상 '컴퓨터 사용 사기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들 업주는 불법 개조 공장에서 게임기 내부에 시간, 확률 등을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기기를 부착해 유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현 교수 역시 게임기를 조작한 업주에 대해 "확률을 조작했다면 사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확률이 개입되어선 안되는 게임기를 임의로 조작해 과도한 이익을 얻었다면 그 사람이 조작으로 벌어들인 기간과 수익을 고려해 벌금을 매기거나 금액이 아주 클 경우 집행유예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인형뽑기 많이 하면 경찰서 잡혀간다?
마지막 의문.
과도하게 인형뽑기를 하는 경우 도박죄에 해당할까. 지난해 초 가수 현진영씨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때 인형 뽑기에 2000만원까지 쓴 적도 있다"며 "눈을 감아도 눈앞에 삼발이(인형뽑기용 집게)가 있는 것 같았고 천장만 봐도 뭔가 내려오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인형뽑기를 지나가다 재미로 1번~2번 하는 경우, 가족끼리 고스톱치듯 일시오락의 정도이기 때문에 도박으로 볼 여지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주인 입장에서는 사행성 게임이므로 업주의 조작이 과도해지고 중독으로 수백만원씩 탕진하는 피해자가 생겨 바다이야기 급으로 사회 문제가 된다면 도박으로 볼 여지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