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제네바에서 개최된 유엔 군축회의(CD)에서 신경가스 VX를 이용한 김정남 독살 사건과 관련, "우리는 화학무기를 제조하거나 비축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제 북의 거짓 주장을 믿을 나라가 없겠지만 워낙 심각한 문제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전 세계 국가 중에서 아직 화학무기금지조약(CWC)에 가입하지 않은 4국 중의 하나다. 만약 북한이 화학무기를 제조·비축하고 있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CWC에 가입하면 된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보고서를 제출하고, 국제 사찰을 수용하면 된다.

북이 그렇게 할 리가 없다. 북은 핵개발이 노출된 이후 10여 년간 "핵무기 개발 계획이 없다"며 사찰과 검증을 거부하다 결국 2006년 핵실험을 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최대 5000t의 화학무기를 저장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 국민 대다수를 살상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1997년 설립돼 세계 192국이 참여하고 있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지난해 가장 우려하는 문제의 하나로 북한의 화학무기 프로그램을 꼽았다. 이런 우려 때문에 유엔은 안보리 결의 2270호 등을 통해 북한이 모든 생화학 무기를 포기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북은 이번에도 '없다' '아니다'는 거짓말과 강변으로 이 위기만을 넘기려 하고 있다. 실제 지금까지는 이런 수법이 통했다. 그러나 더는 안 된다. 북한과 같은 폭력적 범죄집단이 유엔 군축회의 회원국이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유엔의 수많은 결의와 성명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적대시해온 북한은 유엔 회원국 자격도 없다. 미국이 북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문제와 함께 국제사회는 북의 유엔 회원국 자격 문제도 근본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