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당대의 역사다. 현대사 연구의 어려움은 아직 역사가 되지 않은 과거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론 일제에서 해방된 1945년을 한국 현대사의 기점으로 잡는다. 1945년 8월 15일은 해방과 동시에 민족 분단의 시작점이다. 1945년을 현대사의 기점으로 보는 역사관은 현재 우리가 분단시대에 살고 있고 통일된 민족국가 형성이 한국사의 가장 큰 과제라는 역사인식을 대변한다. 이런 분단시대 역사 인식은 대한민국을 미완성 국가로 본다는 문제점을 가진다. 그래서 대안으로 8월 15일을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로 기념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했다. 이 주장에는 1945년보다는 1948년이 한국 현대사의 기점이 돼야 한다는 논리가 내재해 있다. 1945년 해방은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을 위한 과정으로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냐 건국이냐는 한국사 교과서 논쟁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이다.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볼 때 문제가 되는 게 임시정부와의 연속성이다. 헌법 전문에 나와 있듯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1919년에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에 근거한다. 대한민국이 북한 정권과는 다르게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사실이 역사적 정통성을 갖는 가장 중요한 근거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탄생시킨 직접적 계기는 1919년 3·1 만세 운동이다. 3·1 운동이 역사적 분기점이 되는 이유는 일제 식민지배로부터 독립한 이후 대한제국의 복고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으로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한다는 민족적 합의를 이끌어낸 사건이기 때문이다. 합의의 소산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건립이다. 만약 3·1 운동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임시정부는 생겨나지 않았고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1919년 3·1 운동을 한국 현대사의 기점으로 설정하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건국절 논쟁은 불필요하다.
죽은 과거가 아니라 살아 있는 현재를 이야기하는 현대사는 미래의 이정표가 되는 역사다. 한국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통일이다. 그렇다면 무엇보다도 1945년을 한국 현대사의 기점으로 설정하는 분단시대 역사 인식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국가임을 천명하는 통일사관이 필요하다. 이런 통일사관에 입각할 때 삼일절 오늘은 한국 현대사의 위대한 시작으로 크게 기념해야 할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