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데이먼은 참 영리한 배우예요.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 동생, 케이시 애플렉에게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주연을 넘겨주고 제작을 맡았거든요. 그 대신 '그레이트 월'에 출연했고 그 영화는 8000만달러를 잃었죠." 사회자 지미 키멜의 농담에 아카데미 시상식장 코닥극장 객석에 폭소가 터졌다. 배우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은 고교 동기이자 '절친'이고, 케이시 애플렉은 벤 애플렉의 친동생. 세 사람은 어릴 적부터 친한 사이다. 맷 데이먼은 원래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연출과 주연까지 생각했을 만큼 이 시나리오를 좋아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았다. 결국 "딱 적임자"라며 케이시 애플렉에게 주연을 맡겼고, 자신은 총괄 프로듀서로 제작을 담당했다. 애플렉은 연기 인생 최고로 꼽히는 호연으로 화답하며 이날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안았다. 애플렉은 이 영화로 전 세계 영화제의 남우주연상만 48개를 받았다.

현역 배우인 제작자들의 영화가 빛났던 것도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의 특징이었다.

작품상 등 3관왕에 오른 '문라이트'는 브래드 피트가 공동대표로 있는 영화사 '플랜B 엔터테인먼트' 작품. 이 영화사는 그동안 2007년 오스카 작품상 등 4관왕 '디파티드', 2014년 작품상 등 3관왕 '노예 12년', 작년 오스카 각색상 수상작 '빅 쇼트' 등을 제작했다. '문라이트'는 흑인 동성애자를 다룬 비대중적 이야기지만 피트는 이 작품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으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선구안'을 입증했다.

흑인 여배우 루스 네가를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린 영화 '러빙'은 영국 배우 콜린 퍼스가 제작자. 1958년 첫 인종 간 결혼으로 버지니아주에서 추방당한 백인 남편·흑인 아내 부부가 헌법을 바꾸기까지 10여년간의 실화를 담은 영화다. 그가 지난 2011년 창립한 레인독 필름의 첫 번째 작품이다. 퍼스는 우리 관객들에게 '킹스맨'에서 멋진 슈트 맵시를 뽐냈던 배우. 기획 단계부터 시나리오에도 직접 참여했던 이번 영화로 제작자 신고식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러빙'은 3월 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