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에 연재 중인 '레바툰'은 현재 '개그/일상' 장르 1위다.

웹툰사이트 레진코믹스에 연재 중인 인기 웹툰 ‘레바툰’의 작가 레바. ‘개그/일상 만화’로 분류되지만 작가 스스로는 ‘유해·불건전·장르불문·개그 만화’를 표방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24일 레바가 트위치 랭킹에서 세계 1위에 올라 화제가 됐다. 트위치는 만화 사이트가 아니라 인터넷 라이브 방송 사이트다. 왜 웹툰 작가가 뜬금없이 게임 방송 전문 사이트에서 1위에 오른 걸까?

레바는 웹툰 연재 작업을 하면서 틈틈이 인터넷 방송을 즐겨했다. 레바는 시청자들이 요청하는 그림을 즉석에서 그려 보여주기도 하고, 만화 그리는 팁을 설명하거나 자신의 작품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레바의 방송은 활발한 소통으로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삼겹살과 소주의 궁합' 그림.

당초 레바는 다음팟에서 방송을 했는데, 어느 날 레바 방송이 ‘음란 등 약관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관리자로부터 방송 정지 처분을 받았다. 즉, 레바가 방송 중에 그린 여자 캐릭터 그림이 야해서 문제가 된 것. 레바는 자신의 트위터에 “흑흑… 난 삼겹살과 소주의 궁합을 그리고 있었을 뿐인데….”라며 정지 처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트위치로 이적한 레바의 그림은 여전히 조금 야했다.

그리고 얼마 뒤 레바는 방송 플랫폼을 트위치로 바꿨다. ‘미국 방송’, ‘메이드 인 아메리카’ 트위치는 자유의 땅이었을까?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그럴 리가 없었다. 한국에서 야한 것은 미국에서도 야한 것. 레바 방송은 또 정지 처분을 받았다. 레바는 ‘정지 풀리면 선진클린그림방송 선두주자가 되겠다’며 반성했다. 다행히 정지 조치는 곧 해제됐다.

레바의 전설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레바의 방송정지 소식이 트위치에서 소문을 탔고, 곧 방송이 재개되자 사람들은 ‘뭐 어떻길래 방송 정지를 먹은거야?’라며 레바 방송에 모여들었다. 이 중에는 트위치 방송 운영자들도 있었다.

트위치의 운영자들은 일반 시청자처럼 여러 방송을 돌아다니며 함께 시청하고 채팅하기도 한다. 레바의 방송을 시청하던 한 운영자는 자기 취향을 밝히며 그림을 요청했고, 레바는 그림을 진상(?)했다. 레바의 ‘접대용 그림’은 트위치 운영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레바의 방송은 별이 다섯개…가 아니라 운영자가 다섯명 모이기도 했다.

운영자들의 관심병사가 된 레바.

특히 트위치 한국 총괄 책임자로 알려진 ATK라는 운영자가 레바의 매력에 푹 빠졌다. ATK는 레바에게 방송 금지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그림을 요청했고, 레바는 기대 이상으로 부응했다.

대망의 2월 24일. 트위치 서버는 알 수 없는 문제로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마침 그 때 레바가 방송을 시작했는데, ATK와 마이크허가 들어와 ‘지금 트위치 서버 상황을 그림으로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레바는 재능을 십분 발휘했다. 그 결과….

운영자님의 요청으로 서버모에화를 했더니…

그런데, 역시 그림이 야했다. 그렇지만 이미 레바의 야한 매력에 푹 빠진 운영자 ATK는 레바를 말리지 않았다. 말리기는 커녕 ‘방송정지 당해도 제가 풀어줌. 믿어봐요’라며 레바를 부추겼다.

나를 믿어봐.

레바 방송엔 레바 방송 애청자, 야한 그림 보고 싶은 사람, 운영자의 폭주(?)를 구경하러 온 사람, 그냥 지나가던 사람 등이 모여들었고, 결국 레바 방송은 전 채널 랭킹 1위에 올랐다.

모든 채널 중 맨 윗자리에 오름.

심지어 최근 트위치에서 게임 방송을 하고 있는 프로게이머 ‘페이커’도 소문을 듣고 구경하러 왔다. 사람들이 시청자 목록에서 페이커의 아이디를 발견하고 “페이커도 왔다”고 소리치자 부끄러워진 페이커는 도망가버렸다.

다음날 페이커는 본인의 방송에서 이 부분에 대해 해명해야 했다. 시청자들이 “레바 방송에 가서 야한 그림 보고 있었던 거 맞냐?”고 묻자 페이커는 “어제 레바방에 1분 있었는데…”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렇지만 옆에 있던 팀원들은 “무슨 1분이야?”라고 페이커를 비웃었다.

너무나 건전한(?) 레바 그림방송은 26일 다시 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결국, 지난 26일 레바는 다시 방송 정지 처분을 받았다. 처분 사유는 이전과 동일했다. 네티즌들은 “레바 방송은 원래 이랬다”고 한탄했다. 운영자의 부추김 때문에 수위가 쎄진 것은 아니고 원래 정지와 해제를 밥먹듯이 해왔다는 것. 레바 방송의 팬들은 트위치 측에서 ‘3·1절 특사’를 단행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