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리우올림픽에 여자대표팀 감독으로 갔던 박세리는 양희영을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경기하는 모습이 나랑 너무 똑같다"고 했다. 강한 하체를 바탕으로 여유 있게 스윙하는 모습은 싱크로율이 정말 높다.

양희영(28)은 호주에서 골프 유학하던 시절 2006년 유럽 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당시 최연소 우승(16세192일)을 하는 등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워낙 어린 나이에 뛰어난 기량을 보여 현지 기자들이 '여자 타이거 우즈'란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한국에선 양희영이 제2의 박세리 같은 선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리틀 박세리'라 불렀다. 그렇지만 꼭 닮았으면 좋았을 게 빠져 있었다. 두둑한 배짱과 승부 근성이었다. 양희영은 지난해 2위 2차례, 3위 4차례를 하면서도 그 기회를 한 번도 우승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실력은 좋은데 뒷심이 약하다"는 이야기가 여전히 그를 괴롭혔다. 지칠 만한 상황에서도 그는 트레이드마크인 성실성을 잃지 않았다.

이런 양희영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10년째인 올해 대회 최저 타수 기록을 세우며 2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년 만에 맛본 우승 - 2년 만에 LPGA 우승컵을 들어 올린 양희영. 그는 26일 막을 내린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대회 최저 타수(22언더파) 신기록을 세우며 개인 통산 3승째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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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영은 26일 막을 내린 혼다 LPGA 타일랜드(태국 촌부리 시암골프장)에서 대회 최저타인 합계 22언더파 266타를 기록, 2위 유소연(17언더파)을 5타 차이로 제치고 우승했다. 2015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지 2년 만이며 2008년 LPGA 투어 데뷔 이후 통산 3승째다.

이번 대회는 2라운드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어수선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양희영은 1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마친 이후 한 차례도 선두를 놓치지 않고 기존의 대회 최저타 기록(21언더파·수잔 페테르센, 미야자토 아이)을 경신했다. 양희영은 대회 마지막 날인 이날 모두 23홀을 돌았다. 전날 일몰로 마치지 못한 3라운드 14번홀부터 5홀을 마치고 4라운드를 나섰다. 양희영은 전날에도 2라운드 18개홀과 3라운드 13번홀까지 31홀을 돌았다. 이틀 연속 강행군을 펼쳤지만 2라운드 7번홀 이후 보기를 하지 않았다. 4타 차 선두로 출발한 4라운드에서 양희영은 버디만 4개를 잡아냈다. 같은 조에서 플레이한 유소연도 이날 4타를 줄이며 추격전을 펼쳤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양희영은 "악천후로 대회 진행이 어수선했지만 끝까지 인내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늘 응원해주시는 부모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승컵을 들어 올려 행복하다"고 말했다.

세계 랭킹 10위 이내 선수 9명이 출전한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상위권을 휩쓸었다. 김세영이 4타를 줄이며 3위(15언더파)를 차지했고, 전인지도 공동 4위(13언더파)에 올랐다. 박인비는 4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로 3타를 줄여 공동 25위(5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