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법원으로부터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재벌 상속자 사칭녀'에게 사기를 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였다. 이들은 사기꾼의 온갖 거짓말에도 '쉽게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으로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했다가 허망하게 털렸다.

마모(여·39)씨는 국내 대기업 회장의 혼외자를 사칭해 10여명에게서 5년간 19억여원을 뜯어냈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상속 재산을 찾기 위해 소송 중인데 소송에 필요한 돈을 보태주면 유산 중 일부를 주겠다"는 거짓말에 넘어간 피해자들은 많게는 수백 회에 걸쳐 마씨에게 돈을 보냈다.

마씨의 첫 번째 표적은 지난 2011년 10월 점집을 운영하는 약혼남 어머니에게 점을 보러 온 손님 김모씨였다. 마씨는 김씨에게 자신을 대기업 A사 회장의 혼외자라고 속였다. "상속 재판을 진행하는데 통장이 압류돼 소송 비용이 급히 필요하다"는 마씨에게 김씨는 2000여만원을 보냈다. 그게 시작이었다.

마씨는 김씨를 타고 그의 주변 인물들에게 접근했다. 김씨 소개로 마씨를 알게 된 이들은 마씨를 재벌가 상속녀로 철석같이 믿었다. 하지만 마씨는 사기를 통해 뜯어낸 돈으로 치장하며 살았을 뿐 일정한 직업이 없었고 상속을 둘러싼 소송도 물론 없었다. 2012년 6 월 김씨에게서 유모씨를 소개받은 마씨는 "은행 관련 서류에 문제가 있어 대출이 어렵다. 서류 비용을 빌려달라"는 거짓말을 보탰다. 유씨는 300만원을 부친 것을 시작으로 총 2000여만원을 마씨에게 보냈다. 그해 10월 소개받은 서모씨에게는 "상속금 3000억원을 받기 위해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은행 간부들에게 쓸 로비 자금이 필요하다"고 해 4500만원을 뜯어냈다. 마씨는 이들의 의심을 덜기 위해 중간에 김씨에게 5000만원을 갚기도 했다. 마씨는 2012년 말까지 김씨에게 소개받은 4명에게서 1억2000여만원을 뜯어내고 잠적했다. 김씨 본인은 이미 140회 넘게 마씨에게 8억여원을 부친 후였다.

마씨의 거짓말은 더욱 대담해져 2013년부터는 채팅 사이트를 이용해 미끼를 던졌다. 2013년 3월 마씨는 채팅 사이트에서 알게 된 또 다른 김모씨에게 "대기업 계열사 A투자증권 사장인 아버지가 의붓형제들에게 살해됐다. 재판을 통해 3000억원을 상속받게 됐다. 일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대면 상속금 일부를 주겠다"고 해 1억여원을 뜯었다. 그해 9월 다른 채팅 사이트에서 만난 최모씨에게도 "A증권 오너의 배다른 자식이다.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고 경호원들 감시를 받으며 산소호흡기를 달고 살고 있다. 법정싸움에 필요한 돈을 대주면 유산에서 수백억원을 떼주겠다"고 해 약값과 소송 비용 명목으로 2억여원을 뜯었다. 이들은 마씨가 소송에서 이겨 거액의 유산을 받으면 수백억원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마씨는 지난해 8월 체포돼 검찰에 송치됐다. 마씨는 수차례 사기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마씨 거짓말이 워낙 규모가 커 오히려 피해자들의 의심이 적었다"며 "특히 재벌가의 혼외자라 속여 사람들이 비밀스럽게 돈을 건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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