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는 김정남 암살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매일 북한 소행임이 드러나는데도 반응은 같다. 그것도 기자 질문에 마지못해 답변하는 식이다. 중국 관영 매체는 '김정남'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 '북한 국적 남성'이라고만 보도하고 있다.

중국은 늘 이런 식이었다. 천안함 폭침 때 중국 당국은 오히려 우리 측에 대해 "오판하면 안 된다"며 북한을 싸고돌았다. 연평도 포격 때엔 양비론을 폈다. 김정남 암살로 북한과 말레이시아 정부가 충돌하자 이번에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대낮에 민간인 머리 위에 폭탄을 퍼붓고 남의 나라 공항에서 사람을 죽여도 북이 저지르면 '범죄 처벌'이 아니라 '대화하라'는 게 중국이란 나라다.

북한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중국이라고 한다. 이런 나라가 북한이 범죄를 저지를 때마다 싸고도니 북의 만행이 끊어지지 않는다. 북은 범죄만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한국이 했다'고 음모론까지 주장한다. 이번에도 말레이시아 당국이 북 소행을 다 밝혀내자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짰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문화부 장관은 이런 북에 대해 "깡패 국가(rogue nation)"라고 했다. 중국이 단호하게 북한을 비판하고 제재했다면 북이 이러지 못할 것이다.

중국은 최근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단했다. 북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제재와 김정남 암살에 대한 불쾌감이 합쳐진 것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돈줄 조이기만으론 되지 않는다. 북의 범죄를 명확히 공개 비판해 북이 세계에 자기편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 앞으로도 북 범죄를 모른 척하면 중국도 결국 북과 함께 국제적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