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교도소만 드나든 인생, 이렇게 마감하고 싶지 않다.'
절도 전과 11범 장모(73)씨는 지난 2002년 쉰여덟 나이로 교도소를 나오며 이렇게 다짐했다. 스무 살 때 처음 남의 물건에 손을 댄 뒤로 20년 넘게 교도소에서 지낸 게 후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소한 장씨에겐 당장 돌아갈 방 한 칸도 없었다. 암을 앓던 아내는 그가 교도소에 있는 동안 세상을 떠났고, 집 나간 딸은 연락이 끊긴 지 10년이 넘었다. 장씨는 출소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 생계비를 지원받으며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오전·오후에는 막노동을 하고, 퇴근하면 주유소에서 일했다. 고령에도 하루 3~4시간만 자며 폐지를 주워 팔았다. 틈나는 대로 공부해 2015년에는 장례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는 혹시라도 전과자라는 이유 때문에 물건을 훔쳤다고 의심받을까 봐 물건을 사면 영수증을 모아두었다고 한다.
10년 넘게 성실히 일했더니 1억원 넘는 돈이 모였다. 2009년부터는 "나처럼 자립하려는 출소자들을 돕겠다"며 법무보호복지공단에 매달 30만~40만원씩 기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7년간 기부한 돈이 2700만원에 달한다. 설 명절에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출소자들을 모아 합동 차례를 지내고, 떡과 소고기도 선물했다. 제2의 인생 개척에 성공하는 듯 보였던 장씨는 그러나 출소 14년 만인 작년 말 다시 교도소에 수감됐다. 일하던 주유소에서 알게 돼 10년 넘게 가깝게 지냈던 50대 여성에게 전 재산을 빌려준 게 화근이었다.
작년 5월 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이 되자 그는 홧김에 이 여성을 목 졸라 살해했다. 그는 징역 1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법원 관계자는 "악착같이 새 삶을 살려던 70대 노인이 10년 넘게 쌓았던 선행들이 한순간의 범죄로 모두 물거품이 돼버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