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형진 소설가

이런저런 매체에 글을 기고할 때 '소설가' 직함을 쓰고 있지만 사실 나 또한 여느 문인과 마찬가지로 밥벌이는 다른 분야에서 한다. 예전에는 논술 강사로 일했고 지금은 모 증권사에서 편집위원(에디터)으로 일하고 있다. 애널리스트 등 사내의 다른 필자가 쓴 글을 검토하고 감수하는 직책이다. 회사의 제안을 받아 입사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년 반 정도 됐다.

입사 전의 나는 늘 필자 입장에서 일해왔다. 마감에 맞춰 글을 쓰고, 담당 에디터와 편집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글이 발행된 후 다시 살피는 게 내 일이었다. 자랑을 좀 하자면 내가 송고한 원고와 발행된 글 사이에는 차이가 거의 없다. 언론사·출판사의 내부 기준에 따른 간략한 수정, 분량 조절을 위한 편집 정도가 대부분이다. 간혹 내 실수로 수정된 부분을 발견하면 창피해서 벽에 머리를 쿵쿵 찧는 성격이다. 이처럼 글만큼은 꼼꼼하게 따지는 편이기에 담당 에디터 입장에서 난 꽤나 피곤한 필자다. 믿고 맡기기보다는 묻고 따지는 축이고, 맘에 안 드는 기준과 맞닥뜨릴 땐 대립각마저 세운다.

그런 내가 어쩌다 보니 회사에서 에디터 일을 하게 됐다. 하루아침에 입장이 바뀐 것이다. 하물며 내가 담당하는 필자들은 업계에서 자존심 세기로 유명한 애널리스트다.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내심 불만을 가진 이가 있음을 느낀다. 하긴 자기 글을 뜯어고치며 이런저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이 썩 달가울 리 있겠나. 정작 나부터가 까다로운 필자이니 그 심정을 모를 리 없다. 한데 그렇다고 해서 대충 눈감고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 월급도둑이 될 테니.

에디터로 일해보니 함께하기 좋은 필자, 나아가 사람이 누구인지 알겠다. 바로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수정사항, 권고사항 등을 적극 참고하며 자료의 질을 조금씩 높여가는 이가 몇몇 있다. 이들을 보면 어딘지 고마운 마음이 들고, 혹 이들의 자료가 시장에서 좋은 평을 얻으면 나 또한 기분이 좋다. 에디터 일을 통해 배운 게 있냐고 물으면 바로 이 대목을 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