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한 달을 맞은 트럼프 행정부가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주류 언론에 사실상 전쟁을 선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 시각) 트위터를 통해 "가짜 뉴스(NYT·CBS·ABC·CNN)는 미국인의 적"이라고 선언한 데 이어, 19일에는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나서서 주류 언론을 "완전 쓰레기"라고 비판했다.

프리버스 실장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언론은 미국인의 적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언론의 가짜 기사와 씨름하고 있고, 그래서 미국인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완전히 쓰레기(total garbage) 같은 뉴스"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州) 멜버른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 원)에 올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이날 지지자 9000명이 모인 집회 연설에서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지 않고 자기들이 쓰고 싶은 것만 골라 쓴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도 온건하고 합리적이라고 평가받는 프리버스 실장이 주류 언론을 '쓰레기'라고 한 것은 백악관이 언론과 전면전에 나섰음을 의미한다.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 안보보좌관이 언론이 제기한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낙마한 뒤, 더 이상은 밀릴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전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플로리다주 멜버른에 9000명의 지지자를 모아 놓고 "부정직한 언론이 가짜 뉴스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직접 얘기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등 위대한 대통령들도 언론과 맞서 싸웠다"고 했다. 그는 "언론이 아무리 조작하고 오도해도 우릴 이기지 못한다"고도 했다. 그가 취임 이후 한 달 동안 올린 180여 건의 트윗 중 약 30건이 언론에 대한 직간접적인 비판일 정도로 언론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여론전에 나선 것은 주류 언론과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고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지난 2월 5~6일까지 실시된 '에머슨 칼리지'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신뢰도는 49%로 언론 신뢰도(39%)보다 높았다. 또 미국 갤럽의 지난 1월 30~31일 조사에서는 언론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너무 심하다'는 응답이 36%로 '충분하지 않다'는 응답(28%)보다 많았다. 19일 발표된 하버드대 조사에선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 미국 경제가 좋아질 것이란 응답이 61%로, 나빠질 것이란 응답(39%)보다 더 많았다. 미국 국민이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취임한 지 한 달 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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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들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진흙탕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5일 '트럼프가 목욕 가운만 입고 한밤중에 백악관을 돌아다닌다'는 내용의 기사를 썼다. 19일엔 트럼프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비교하면서 사실상 독재자라고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트럼프 정부의 대언론 공세에 대해 행정부 내 장관과 여당 의원들도 거리를 두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을 방문 중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들로부터 언론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언론도 우리가 상대해야 할 사회의 구성원"이라며 "나는 언론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존 매케인 상원 의원(공화당)은 NBC 인터뷰에서 "(언론 탄압이) 그게 바로 독재자들이 (독재를) 시작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일했던 존 포데스타는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독재를 위해) 트럼프는 사람들에게 모든 뉴스는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려 한다"고 했다.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냈던 칼 번스틴은 "닉슨도 언론에 반감이 컸지만, 트럼프의 비뚤어진 언론 인식은 그 심각성이 크게 우려된다"고 했다.